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샀더라면

입력 2016-04-15 17:04  



(이동훈 증권부 기자) 현대증권 매각은 1조2500억원을 제시한 KB금융지주의 승리로 끝났다. 예상보다 2배 가량 높은 금액에 매각한 현대상선도 승자 반열에 올릴 수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시간을 6개월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거래대금을 다 모으기만 했다면' 현대증권 매각의 승자는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오릭스가 현대증권 지분 22.56%에 대한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은 6600억원이었다. KB금융지주가 제시한 금액 기준으로 5900억원 가량의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투입 금액 대비 회수금액을 뜻하는 캐시멀티플(Cash Multiple) 기준으로 1.9배 가량의 수익이 가능했다. 캐시멀티플은 해외에서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지표로 투자기간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연 평균 수익률(IRR) 보다 더 정확한 수익 지표로 쓰일 수 있다.

오릭스가 설계한 구조에 따르면 캐시멀티플은 더욱 올라간다. 오릭스는 차입매수(LBO) 전략을 활용해 현대증권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현대증권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1500억원을 차입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금리는 4% 중반 정도였다. 중도상환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인수금융 차입에 대한 비용은 약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인수금융 원금과 이자 비?등을 합친 1600억원을 거래금액에서 제외한 1조900억원 정도가 지분(Equity) 투자자의 몫이었다.

지분 투자자에 수익을 나눠 주는 구조는 다소 까다로웠다. 당시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자(LP), 중순위 투자자인 오릭스, 후순위 투자자를 맡은 현대상선이 각각 다른 조건으로 매각 차익을 나눠갔기로 했다.

우선 선순위 투자자와 중순위 투자자는 각각 9%와 20%의 수익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보장 수익을 배분하고 남은 매각 차익 중에서 기관투자자들이 30%, 오릭스가 30%, 현대상선이 40%씩 챙기기로 했다.

이 배분 비율에 따르면 오릭스는 보장수익 250억원, 매각 차익 3150억원 등 총 3400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기관투자자는 보장수익과 매각 차입을 합해 3300억원, 현대상선은 4200억원을 받게 되는 구조였다.

오릭스는 매각 차익과 별도로 펀드 수익이 일정 기준 이상 될 경우 출자자들로부터 성공 보수를 받기로 했다. 정확한 금액은 확인되지 않지만 1조2500억원에 팔면 최대 1000억원 가량 성공 보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오릭스는 현대증권 투자로 최대 4400억원까지 챙길 수 있었다. 캐시멀티플 기준으로 3.4배였다. 각종 비용 등을 제외하더라도 투자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원금 대비 세 배 가량의 돈을 벌 기회를 날린 것이다.

이쯤 되면 현대증권 인수를 단념시킨 일본 오릭스 본사는 분루를 삼키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증권업은 사향사업이고 6600억원이라는 금액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투자를 꺼렸던 기관 투자자들도 있었다는 것을 반영하면 투자 중단 결정을 오릭스 본사만의 잘못으로 몰아가기는 어렵다. 다만 주변의 싸늘한 반응에도 투자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이종철 오릭스 대표의 선구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끝) /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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