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CSI' ESI 실체를 벗기다

입력 2016-04-24 19:04  

서울대생도 여기 취업하려 스터디 그룹 만들고…인턴 경쟁률 200 대 1

박성수 회장 2007년 "조직 꾸려라"…문제 해결·신사업 발굴·현지화
회사 내부 컨설팅 부서로 활약…K-SWISS 인수·슈펜 성공 시켜

10명에서 출발해 '인재영입' 박차
"서울에 사는 쥐는 몇 마리일까" 창의력+추론 문제 입사시험 단골

치열한 경쟁 뒤엔 보상이…팀장 되려면 책 200권 독파
입사 5년 만에 브랜드장 승진도…'경영난' 타개할 주역 될지 관심



[ 이수빈 기자 ] 2014년 이랜드 중국사업부에는 큰 고민이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속옷 브랜드 ‘바디팝’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중국사업부는 이랜드 전략기획본부(ESI)에 해결 방안을 문의했다. 얼마 후 당시 ESI의 한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바디팝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처럼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졌다. 7개월 뒤인 작년 3월 중국 상하이 난징시루(南京西路)에 있는 바디팝 매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당일에만 20만위안(약 3520만원)어치가 팔렸다.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ESI가 이랜드그룹의 해결사로 자리 잡고 있다. 패션 브랜드 K-SWISS 인수, 신발 SPA 브랜드 슈펜 출시 등 굵직한 사업이 성공한 것도 그룹 내부 컨설팅조직인 ESI의 공이 컸다.


◆이랜드 조직 내 컨설팅 조직

이랜드는 2007년 박성수 회장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그룹이 급성장하던 때다. 조직이 커지자 내부 문제를 자체역량으로 해결할 컨설팅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초기 멤버는 최형욱 이랜드 상무와 김용채 ESI 부장을 비롯해 10명 정도였다. 이들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를 벤치마킹해 문제해결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워갔다. 이랜드의 각 사업부에서 프로젝트를 의뢰하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부 문제해결, 신사업 제안, 인수합병, 해외 현지화 전략 등을 이곳에서 담당한다.

중국 바디팝을 SPA 브랜드로 개조할 때 아이디어를 낸 신입사원은 단순 아이디어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가격대와 상품 구성을 조사한 뒤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중국사업부는 이 보고서 내용대로 실행했다. 28일 문을 여는 부산 광안리 켄트호텔에 비즈니스호텔과 이랜드의 레스토랑 애슐리를 결합한 모델을 제안한 것도 ESI다.

ESI 출신으로 30대 초반에 유통 지점장이 되고 입사 5년 만에 브랜드장이 되는 등 ‘초고속 승진’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올해 ESI에 합격한 한 직원은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30대에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경쟁이 치열하지만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ESI 입사 위한 공부모임도 생겨

ESI가 원하는 인재상도 특별하다. 대학을 돌며 설명회를 열 때 ESI는 “학점이 1점대여도 상관없다. 능력만 있으면 30대에 임원을 시켜주겠다”고 대학생들에게 약속했다. 대학공채와 별도로 사람을 뽑는다. 시험을 볼 때도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주로 봤다. 예를 들면 “서울에 사는 쥐는 몇 마리일까” 같은 문제다.

대학생 사이에 ESI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2013년에는 ESI 인턴이 되기 위한 학회까지 생겼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연합 학회인 C-ESI가 그것이다.

이랜드그룹에 ESI 출신 인원은 300명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뒤 정규사원으로 전환됐다. 매년 100명 정도 인원이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한국과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맡는다. 프로젝트에서 낸 성과를 바탕으로 고과를 평가한 뒤 60~80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인턴채용 경쟁률만 200 대 1에 달한다.

ESI 직원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오전 7시에 회사에 나와 책을 읽거나, 산업지식을 공부하는 자기계발 시간을 가진다. 팀장(PD)직급에 오를 때까지 읽는 책만 200권 이상이다. 1년에 1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고 각 프로젝트가 끝나면 곧바로 고과가 나온다.

◆삼성·두산도 자체 컨설팅

이랜드보다 앞서 인하우스 컨설팅 펌을 만든 곳으로는 삼성과 두산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은 1997년부터 미래전략그룹이라는 자체 컨설팅 펌을 세웠다. 전 세계를 돌며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해 계열사와 사업부에 대한 컨설팅을 해줬다. 지금은 글로벌스트래티지그룹(GSG)이라고 부른다. 두산에는 ‘트라이시(Tri-C)’가 있다. 영 포텐셜(YP)로 불리는 핵심 인재들이 트라이시에서 일한다.

인하우스 컨설팅 펌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내 엘리트 집단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 직원들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 측도 “ESI 사원들은 연차가 낮은데도 승진이 빨라 다른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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