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학도 정부도 '칸막이'…'알파고' 만든 융·복합인재 못키워"

입력 2016-04-24 19:38  

취임 100일 맞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서울대생도 토론수업 힘들어…주입식 교육 한계
조선 등 제조업 쇠락…4차산업 혁명에 대비해야
정치논리에 얽매여 대학개혁 등 현안 미뤄선 안 돼



[ 박동휘 기자 ]
제57대 교육부 수장인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학자다. 이공계 출신 교육부 수장으로는 조완규(32대) 이기준(47대) 김도연(51대) 전 장관에 이어 네 번째다. 역대 문과 출신 장관들과는 ‘태생’이 다른 만큼 교육에 대한 접근법도 좀 더 실용적이다. 이 부총리는 그의 교육철학을 “4차산업 혁명을 이끌 인재 양성”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불리는 지식 암기는 “용도를 다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과거에는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선진국 제조업을 따라잡기 위해 모두가 똑같이 외우고, 반복해 숙달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창의형 인재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조차 논문 주제를 잡지 못해 교수 입만 바라보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획일적인 교육의 잔재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교육이 정쟁(政爭)의 대상이 돼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부총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이 부총리를 24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창의형 인재 양성을 강조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정책이긴 합니다만 저 역시 서울대에 있을 때 절감한 사안입니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토론식 수업을 해보려다가 실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아는 지식은 많은데 이것을 엮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입니다.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수출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자본도 자원도 부족한 나라에서 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인적 자원입니다. 소위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이 통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습니다.”

▷‘알파고 신드롬’과도 연관된 얘기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 같은 연구가 한국 교육 현실에선 쉽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컴퓨팅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이공계 연구와 인류학, 심리학 등 인문학이 결합돼 탄생했습니다. 융복합을 위한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우리 대학들은 최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던 시절의 학과 편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칸막이가 많습니다.”

▷초·중·고교 단계부터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할 텐데요.

“3년 전부터 추진해 올해 3213개 전체 중학교로 확대할 예정인 자유학기제가 우선 정착돼야 합니다. 적어도 한 학기만이라도 시험에서 해방돼 직업 체험 등 진로 탐색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지난해 중학교의 80%가량이 자유학기제를 시행했습니다. 애초 목표인 50%를 크게 웃돈 것입니다.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일선 교사들은 한결같이 ‘교실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상에 엎드려 자던 아이들이 줄어들고 교사도 더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하게 된다는 겁니다.”

자유학기제 3년…교실에 生氣

▷자유학기제가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까.

“저만 해도 중학교 1학년 때 엔지니어의 꿈을 키웠습니다. 1965년 신진자동차가 출범하는 등 1960년대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죠. 중학교에 다닐 때 집 근처 자동차정비소에서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정비사들의 모습에 끌려 ‘이 길이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공교육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고등학교 때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과도기인 중학교 때 각자 적성을 찾아주도록 하자는 게 자유학기제의 취지입니다. 앞으로 1학년 외에 다른 학년으로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을 찾틤?생각입니다.”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면서 입시가 너무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험 한 번에 당락을 결정하던 과거 입시 제도는 단순화라는 장점이 있는 데 비해 어떤 한 분야의 우수성을 가진 사람만 뽑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창의형 인재가 필요한 현시점에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교사들이 오랫동안 학생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재능을 발견해 적합한 진로 지도를 해주자는 게 학생부 전형의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도 단순 암기식이 아니라 공식을 개발한 수학자의 일대기를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종합교육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교육부를 맡으면서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정책이 있습니까.

“정권 후반기에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시작한 일들을 제대로 정착시켜 정부가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 목표를 길게 세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학기제도 10년, 20년 뒤 사회에 나갈 인재를 양성한다는 차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 구조개혁이 시급합니다. 2023년까지 학령인구 16만명이 부족해 평균 규모(1600명) 대학 100개가 신입생을 한 명도 충원하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글로벌인재포럼 세계가 '주목'

▷대학 구조조정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는 평이 많습니다.

“부실 대학을 문닫게 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와 동시에 능력 중심 사회가 되도록 교육체계를 바꾸는 일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약 5000만명에 대학이 330여개에 달합니다. 대학 진학률은 70%를 웃돌고요. 이런 비효율을 없애려면 고졸 취업자가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존중받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취업 후에 경력을 쌓은 뒤 모자라는 공부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문은 더 넓힐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학은 그야말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외적 요소가 너무 많다는 데 놀랐습니다. 만 3~5살 미만 어린이에게 무상보육을 지원하는 누리과정에 쓰일 예산을 누가 내야 하는지를 놓고 정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로스쿨 입시와 관련해 다양한 인재 등용 못지않게 공정성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제도나 절차적으로 결함은 없는지 확인하자는 게 교육부 방침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입학실태 조사를 했고 결과를 정리 중입니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습니다.”

▷오는 11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열한 번째 글로벌 인재포럼을 엽니다.

“글로벌 인재포럼은 교육의 힘으로 국가 발전을 이뤄낸 한국인의 저력을 해외에 알리고, 국가 차원에서 미래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행사가 됐습니다. 2006년 시작해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 등 1600여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포럼에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인재포럼의 초청을 기다리는 세계 석학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글로벌 인재포럼이 빈곤, 재난 등 인류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재 개발 의제를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이준식 부총리는…

열전달 분야에서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을 지내는 등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공학자다.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서울대에서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했다. 2014년 국무총리실 공과대학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실무역량 중심의 공학교육 혁신을 주도했다. 이때 깊은 인상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에 이름을 올렸고 교육부 수장으로 발탁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을 지냈다. 서울대 부총장으로 일할 때 지역 초등학생을 위해 미래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일찍부터 창의적 인재 양성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낡은 관행을 고치는 데 적극적이어서 ‘합리적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슬하에 딸 둘을 뒀다.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 부인과 산책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1952년 부산 출생 △부산중 경기고(1972년) 졸업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및 대학원 기계공학석사 △미국 UC버클리 대학원 공학박사 △미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연구처장 및 산학협력단장 △서울대 연구부총장 △공과대학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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