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금융부 기자) 노래, 악기 연주, 뛰어난 기억력, 친화력 등…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게 잘 하는 건 뭐든 자신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적으로 혹은 영업을 위해서 수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금융회사 임원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엄청난 주량이 때로는 ‘영업 무기’가 될 수 있고, 섬세한 감수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 있죠.
그런 면에서 골프는 여러 모로 유용한 스포츠입니다. 좋든 싫든 상대방과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고, 같이 걸어야 하는 교류형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사업 네트워크를 위해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이 주말마다 골프장에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 순방에서 골프를 통한 외교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장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멘스가 개발한 골프채를 선물 받은 뒤 곁에 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골프를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메르켈 총리 옆에서 골프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각종 외신에 찍히기도 했고요.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만나 골프 경기를 하면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국내 한 대형 생명보험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은 “수십년 동안 쌓아온 인맥과 영업 실적에는 업계에서 손 꼽히는 골프 실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장점이 많은 골프지만, 뛰어난 골프 실력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금융회사 임원들도 있답니다. 바로 금융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입니다.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챙기는 CFO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업무책임자(COO)와 함께 3대 최고경영인으로 불리며 재무와 회계 업무 등을 총괄합니다.
금융권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CFO가 골프 잘 치는 금융회사치고 돈 관리 잘 하는 곳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골프 경기를 나가 CFO의 점수가 좋으면 “불안한데, 저 회사…”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합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렇습니다. CFO는 영업을 맡는 자리가 아니다 보니 회사를 떠나 밖에서 골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한 대학에서 380여명의 기업 CFO를 대상으로 ‘골프와 기업 실적’에 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골프를 자주 하는 CFO가 있는 기업 실적이 상대적으로 나쁘게 나왔다고 합니다.
기업 경영에 실수가 많고 이익도 적게 나왔다는 얘기죠.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구 결과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연중 많은 시간을 골프장에서 보낸 CFO 보다 회사에서 꼼꼼하게 살림을 챙긴 CFO가 더 회사에 기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더라고요.
이런 얘기들이 퍼지면 골프 실력이 뛰어난 CFO들이 괜히 몸을 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 / kej@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