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딴집 살림' 차린 세종시 장관들

입력 2016-05-01 17:41  

인사이드 스토리

국회 있는 여의도 가장 인기…농림·해양·환경부장관 자리잡아
고용·복지부·공정거래위, 광화문·종로에 베이스캠프
최고 명당은 국토부 '한강 집무실'…차관 이하는 '메뚜기' 생활



[ 황정수 / 오형주 기자 ] 서울 동작대교 남단 한강홍수통제소의 경비 직원들이 바빠진 것은 2년 전부터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로 낙점된 뒤 국회의원, 시·도지사,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급 방문객이 늘어서다. 탁 트인 한강 조망과 쾌적한 업무 공간에 반해 정부세종청사보다 한강홍수통제소를 자주 찾은 전직 국토부 장관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부총리는 돼야 집무실 기본 제공

서울에 장관 집무실을 둔 부처는 국토부뿐만이 아니다.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의 수장들은 대부분 서울에 ‘딴집 살림’을 차렸다.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들이 세종시에만 눌러앉아 있을 수 없어서다.

2014년 상반기까진 주로 서울에 본사를 둔 산하 단체 건물에 장관 집무실이 차려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으로 산하 단체 건물에서 방을 뺀 일부 정부 부처는 산하 공공기관의 빈 사무실에 들어가거나 민간 빌딩 한 층을 임차하는 식으로 장관의 거처를 마련했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부총리가 장관을 겸하고 있는 부처와 국무조정실은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이 배정됐다. 각 부처의 정책 조율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청사 8층에 방 세 칸이 배정돼 있다”며 “각각 회의실, 대기실, 부총리 집무실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여의도는 ‘작은 세종시’

다른 부처 장관들은 서울 주요 거점에 둥지를 틀었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가 단연 인기 지역이다. 국회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 이내에 농림축산식품부(CCMM빌딩) 해양수산부(대하빌딩) 환경부(이룸센터)가 16~33㎡ 규모의 장관 집무실을 마련했다. 서울청사 외교부에 집무실을 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국회 일정이 있을 때 여의도에 있는 산업부 소속 공기업 회의실을 이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사당역 인근은 ‘작은 세종시’로 불린다”고 했다.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멀지 않은 광화문, 종로 일대 건물에서도 장관들의 관용차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각각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남대문 인근 공정거래조정원에 베이스캠프가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서울청사에서 약 3㎞ 떨어진 충정로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쓰는 차관 집무실

차관에 대한 대우는 부처마다 다르다. 복지부 차관(충정로 국민연금), 해수부 차관(여의도 CCMM빌딩)과 차관급으로 대우받는 국무조정실 차장 2명(정부서울청사)은 개인 집무실이 있다. 나머지 부처 차관들은 장관이 비우는 집무실을 쓰거나 집무실 옆에 딸린 회의실에서 부하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여의도 이룸센터에 차관 방이 있긴 한데 사실상 직원들과 함께 쓰는 회의실”이라고 설명했다.

장관 집무실에 여유 공간이 없는 부처의 실장(1급) 이하 직원들은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국정감사 시즌이나 세종시 공무원들이 주로 상경하는 목요일, 금요일엔 스마트워크센터 좌석을 놓고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예약에 실패한 공무원들은 빈자리에서 업무를 보다가 예약자가 오면 자리를 비우는 ‘메뚜기’ 생활을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예약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부처 직원들이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식의 민원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수/오형주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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