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특허 포기 '묘수'…김앤장, 중소기업 옥죈 '기술료 덫' 풀었다

입력 2016-05-10 18:42  

혁신로펌 혁신변호사 (3) 김앤장 지식재산권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사 테크로스, 국책연구원과 로열티 법정다툼

특허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변리사
특허독점사용권 무효화 '역발상'…1심 뒤집고 2·3심 승리 이끌어



[ 고윤상 기자 ]
선박 평형수(선박을 운항할 때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하단에 싣는 바닷물) 처리장치 세계시장 1위 기업인 테크로스 임직원들은 지난달 28일 대법원 판결을 받고 “이젠 날개를 펼 수 있게 됐다”며 김앤장 법률사무소 지식재산권(IP)팀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테크로스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체결한 ‘특허전용실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결한 2심 결과를 대법원이 최종 확정했기 때문이다. 특허전용실시계약은 특정 특허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2000년에 설립된 테크로스는 처음엔 선박 평형수가 아니라 육상 하수를 처리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였다. 이 기술을 KIOST가 우연히 알고 개발 중이던 평형수 처리 기술에 적용, 특허를 출원했다. 테크로스가 부산방직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06년 테크로스 전 대표는 KIOST와 손잡고 특허전용실시계약을 체결했? 특허권은 KIOST가 갖고 테크로스는 그 기술을 독점 이용해 평형수 처리장치를 제조하는 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형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에 따라 평형수를 정화하지 않은 선박은 항구에 정박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면서 전 대표가 체결한 특허전용실시계약은 테크로스의 ‘손톱 밑 가시’가 됐다. 테크로스는 지난해 매출 915억원을 올려 전년(772억원) 대비 18.5% 성장했다. 2025년까지 KIOST 측에 매출의 3%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는 계약 내용은 테크로스의 뒷덜미를 잡았다. 테크로스는 기업의 미래를 걸고 어떻게든 특허전용실시계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테크로스 경영진은 이 문제를 들고 여러 대형 로펌을 찾았다. 대부분은 로열티를 줄이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때 김앤장 IP팀이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테크로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맺은 특허 자체를 무효화해 특허전용실시계약까지 해지하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특허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자신이 쓰고 있는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특이한 상황이었다. 특허 무효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법률적 난제였다. 특허를 구성하는 14개 요소를 모두 무효로 해야 한다는 위험 부담도 있었다. 김앤장 IP팀은 특허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와 해당 분야 전문 변리사들로 팀을 꾸렸다. 결국 모든 난제를 극복해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승소를 이끌어냈다.

한 특허 소송 변호사는 “김앤장 IP팀의 전략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창조적 방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팀장인 원유석 변호사(사법연수원 15기)는 “수조원대 매출을 올릴 역량을 갖춘 회사가 잘못 체결한 계약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세계 1위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식을 처음 제안한 이회기 변호사(21기)는 “팀원과 머리를 맞대고 의뢰인을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새로운 길이 보였다”며 “전문성을 갖춘 팀원과 협력해 어려운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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