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21) 유치권 확정판결 존재하는 아파트, 허점 찾아내 시세의 25%에 낙찰 받아

입력 2016-05-25 21:26  

확정판결은 재소할 수 없지만
선행 판결서 안 다룬 쟁점으로 다시 訴 제기해 다퉈볼 여지 있어



경매가 보편화되다 보니 요즘 웬만한 특수물건에는 경쟁자가 넘쳐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기에도 단독으로 낙찰받을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경우다. 물건을 검색하다 보면 유치권에 기한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물건이거나 임차권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임차인이 승소해 진정한 임차인임이 드러난 물건이 경매에 나오는 사례가 있다.

이때 물건명세서에 ‘유치권에 기한 확정판결 있음’ 혹은 ‘임차권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 있음’이라는 식의 공지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간혹 이런 공지 없이 경매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섣부르게 낙찰받았다가 소중한 보증금을 상실하는 경매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허위유치권이나 위장임차인 영역이 어느 정도 보편화됐다고는 하나,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물건은 웬만한 내공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진정한 고수들의 영역이다. 선행판결의 당부를 판단해 낼 수 있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고 이미 판사들이 판결을 내린 사건을 보란 듯이 뒤집어 보겠다는 담대한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확정판결이 있으면 소송법 상으로 재소(再訴)가 금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판결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상대가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 당사자로서는 또다시 쓸데없는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응소해야 하는데, 이 부조리를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송법 상으로 기판력이라는 제도를 둬 동일 당사자 간, 동일한 쟁점의 소송은 다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못 박아 뒀다. 기판력에 반하는 재소는 본안 심리를 받아 보지도 못하고 각하된다. 그만큼 확정판결은 위력이 세다.

그러나 유치권에 기한 확정판결이 존재함에도 필자가 보란 듯이 판결을 뒤집어 적지 않은 수익을 낸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수도권 중심에 자리한 아파트 한 채가 경매에 나왔다. 향 좋고 층 좋은,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아파트였다. 다섯 번의 유찰을 거쳐 감정가 대비 최저가가 30%대였다. 감정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시세 대비하면 20% 정도 수준까지 저감된 물건이었다.

문제는 이 아파트에 세 개의 확정판결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전소유자가 유치권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했는데,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받은 패소판결이 있었고, 유치권자가 건축주를 상대로 받아 놓은 공사대금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 또한 존재했다. 그리고 대지소유자에게 대지권이 있어 대지지분을 취득하려면 별도의 금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이 난해한 물건을 필자의 제자 Y씨가 용감하게 응찰해 시세의 25% 수준에 낙찰받았다. 물론 사전에 필자와 협의를 거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나서였다.

곧바로 두 개의 소송을 벌였다. 유치권자를 상대로 한 인도명령 절차에서는 유치권자의 공사대금 채권은 확정판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로 소멸시효가 도과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대지권자를 상대로 한 이전등기 소송에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전유부분(건물)을 취득한 자가 대지의 소유권까지도 취득하니 대지소유자는 Y씨에게 무상으로 대지권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상대방도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 대응해 왔다. 전소유자가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미 패소한 기존 확정판결이 있으니 전소유자의 승계인인 우리가 제기한 소송은 기판력에 저촉되어 각하돼야 한다는 취지의 반론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명도소송에서 소유권을 승계한 자는 별도의 소유권에 기해 명도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소유자의 명도청구권을 승계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재반박했다. 결국 기판력 저촉의 주장은 배척됐고, 공사대금의 소멸시효가 도과했음이 증거에 의해 명백했던 까닭에 선행 확정판결이 있었음에도 인도명령은 보름여 만에 인용결정이 났다. 대지권 소송도 기판력에 대한 부분 때문에 치열한 공방이 있었으나, 결국 전세는 우리 쪽 승소로 기울게 됐고 판사의 적극적인 중재로 우리가 시세의 3분의 1 수준에서 대지를 매입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법리상 대지권 소송도 당연히 승소가 예정된 것이었으나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 우리는 흔쾌히 양보했다.

이렇게 확정판결이 있는 물건을 헐값에 낙찰받아 단기간에 정리한 뒤 낙찰가의 4배에 달하는 금액에 전세를 줬다. 이렇듯 판사들이 고심해 내린 확정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는 건, 우리나라 민사소송 제도가 변론주의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소송에서 당사자가 주장, 입증하지 않은 논지는 고려하지 않고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변론주의의 핵심이다. 결국 선행 확정판결에서 다뤄지지 않은 쟁점은 다시 소를 제기해서 다퉈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필자의 법무법인은 그동안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물건에 대한 소송을 십수 차례 벌여왔다. 아직까지 패소가 없는 걸로 봐선, 확정판결이 있는 경매물건도 좋은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선행판결을 분석해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일단 판단이 섰다면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어렵게 진행될 후행 소송의 스트레스를 의연히 견뎌낼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말이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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