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중국 사업과 도광양회

입력 2016-05-26 18:08  

조평규 <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 pkcho123@hanyang.ac.kr >


중국의 고사성어 도광양회(韜光養晦)란 ‘재능을 감추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갈고닦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은 도광양회를 중국 외교전략의 핵심 방침으로 삼았다. 이 전략 덕분에 선진국의 견제를 받지 않고 기술과 자본을 도입할
수 있었다.

중국 역사엔 자신의 재능과 야심을 숨겨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삼국지에도 유비가 전쟁에서 패해 조조 밑에 있을 때, 유비에게 영웅적 기개가 있음을 간파한 조조의 참모들이 유비를 죽이자고 건의한다. 유비는 조조의 의심을 피하려 채소밭을 일구고, 천둥소리에 젓
가락을 떨궈 겁에 질린 척하며 자신을 숨겼다.

와신상담(臥薪嘗膽)도 이와 비슷한 의미다. 오왕 합려의 아들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가시가 많은 섶 위에서 잠을 잤다. 월왕 구천은 잠자리 옆에 쓰디쓴 쓸개를 항상 두고 핥았다. 자신을 채찍질해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들도 도광양회의 전략을 많이 채택하는 걸 볼 수 있다. 중국인은 한국인과 달리 겉모습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수백억원을 보유한 자산가들도 작업복에 가까운 차림으로 TV 화면에 등장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기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면 납작 엎드린다. 실력을 갖출 때까지 자신을 나타내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대접이나 환경을 접해도 참아낸다.

중국과 관련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은 중국을 읽는 코드의 하나로 도광양회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입고 있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차량으로 사람을 평가하다간 큰코다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상식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업의 실력과 경쟁력을 키우고, 자신의 내면을 닦는 데 좀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중국의 도광양회 사상은 겸손한 마음과 맞닿아 있다. 겸손은 이제 세계의 공통언어가 됐다. 자기를 낮추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평가 받는 시대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백척간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허장성세와 오만함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한국이 중국
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도광양회를 능가하는 한국 특유의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다.

조평규 <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 pkcho123@hany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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