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현·장 이야기] 엔비케이스② 마이크로소프트 MVP 개발자와 삼고초려

입력 2016-06-10 09:25   수정 2016-06-10 09:28



◆ 유비의 등장 '창업→아르바이트→창업→취업→창업'

'종이 신문 배송 대행, 건설 현장 막일, 대리운전, 우체국 우편 분류, 밥차 사업, 광고 모델, 영어 과외, 영화 마케팅, ABC마트 마케팅 업무…'

엔비케이스 서비스업체 티드의 CEO가 걸어온 발자취다.

일찍 아버지를 여윈 장문영 대표는 어려서부터 학교보다 돈 버는 현장에 있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하루 종일 자수를 놓아가며 두 형제를 키우던 어머니를 하루 빨리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되자마자 신문을 배달했으며 성인이 된 이후로는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엔 서울 강남에 자리한 술집을 돌면서 직접 대리운전 계약을 맺고 첫 사업을 벌였다.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한 덕분에 촬영 현장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일명 '밥차 사업'에 손을 댔다. 밥차 사업을 하던 중 2년간 광고 모델을 병행, 기대하지 않은 용돈을 벌기도 했다.

영화 예고편을 제작하고 홍보하는 일 역시 그가 돈을 벌려고 뛰어든 일이다. 이렇게 마케팅을 익힌 그는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시장에 노출시키는 BPL(Brand Placement), PPL(Product Placement) 업무까지 경험했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2003년 어느 날. 그는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신발 유통업체 ABC-마트(MART)에 입사하게 된다. 아르바이트와 창업에만 몰두해온 그가 체계적인 조직 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이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10대부터 쉬지 않고 일한 탓에 조직 관리에 서툴렀다. 창업해서 조직이 커지면 감당하지 못하고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 대표가 ABC마트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마케팅 직원으로 뛰어다닌 그는 회사 내 최연소 부장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와 동시에 '스타트업 DNA'가 꿈틀댔다. 2013년 5월, 그는 10년여 만에 조직 생활을 끝마치고 다시 한 번 창업의 길로 나섰다. 이번엔 다양한 업무 경험에다 조직 관리 능력을 장착한 뒤다.

◆ 제갈공명과 만남 그리고 삼고초려(三顧草廬)



'애플의 아이폰' '모바일 커머스'. 이 두 키워드가 그를 다시 창업의 길로 끌어들였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을 만져본 장 대표는 모바일 커머스 시대를 직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 몸담고 있던 ABC 마트의 경우 매장(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대부분이라서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프라인 위주의 조직 안에서 설득의 한계를 느껴 불안했고 곧 다가 올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란 '기회의 땅' 위에 직접 맨발로 서 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였다.

장 대표?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동고동락해온 ABC마트의 한 매장 점장을 찾아갔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짧은 프리젠테이션(PT)까지 준비했다.

영업의 신(神)과 손을 잡았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배짱 좋고 뛰어난 능력의 프로그래머(programmer)를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개발자 구하기'에 나선 장 대표는 기술자들이 주로 쓰는 블로그(blog)부터 뒤졌다. 수많은 기술블로그를 전전하다가 눈에 띄는 개발자를 발견한다. 그 개발자의 블로그를 매일 같이 방문해 댓글까지 모두 읽었다.

이 개발자의 블로그를 보는 내내 장 대표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댓글을 단 다른 개발자들이 블로그 주인의 주장에 반론은 커녕 콘텐츠의 역량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 대표는 수소문 끝에 블로그 주인이 이베이코리아의 프로그래머라는 걸 알아냈다. 맨 먼저 이메일부터 보냈고 몇 번이고 연락처를 되물어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개발자와 장 대표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이 개발자의 이름은 이규원. 이씨는 현재 엔비케이스의 최고기술경영자(CTO)다. 이 CTO는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운영해온 실력자로 25년의 프로그래밍 경력 보유자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VP로 뽑히기도 했다. 두 말하면 입이 더 아픈 개발자란 얘기다.

이 CTO를 설득하기 위해 장 대표는 삼고초려했다. 이씨가 일하는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복도에서 셀 수 없이 서성거렸고 문이 열리면 뛰어들어가 그에게 불쑥 인사하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 CTO는 장 대표의 이런 모습에 당황했고 불편한 마음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이 CTO는 여겼던 것이다.

"얼마나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몸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무작정 사무실에 찾아갔던 기억"이라며 장 대표는 당시를 떠올렸다.

장 대표의 삼고초려는 이 CTO의 출사표로 이어졌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불안한 스타트업에 뛰어든 배짱 좋은 개발자와 나란히 걷게 된 것이다.

이씨가 던진 출사표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아직 존재하지 않는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이라고 쓰여 있었다.

◆ 장비의 합류…책으로 코딩을 익힌 '괴물' 데이터 과학자

장 대표와 스타트업의 바다로 나선 이 CTO는 이제 직접 새 멤버 찾기에 나섰다.

그 주인공은 프로그래머 정진욱씨. 나홀로 책으로 코딩(coding)을 익힌 이 프로그래머는 과거에 교통업계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었다. 회사를 나와 무려 3년간 책으로 코딩을 공부하고 기량을 뽐내기 위해 재취업에 나선 인물이다.

정 프로그래머의 첫 도전은 엔비케이스가 아니다. 중·고등학생의 문제 풀이를 돕는 학습 어플리케이션 기업이 처음 이력서를 넣은 곳이다.

이 회사가 정씨를 채용하지 않은 것이다. 프로그래머로서 경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회사의 CTO가 친분이 있던 엔비케이스의 CTO에게 정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스타트업인 엔비케이스가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고 있었지만 경력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러나 코드 한 줄로 엔비케이스의 멤버가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메카(성지)로 통하는 소통 장소인 '깃허브'에서 그의 코드를 본 엔비케이스의 CTO가 '이 프로그래머를 꼭 잡아야 겠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장 대표는 'CTO의 결정을 믿고 따르겠다'라고 결정했고 이규원 CTO의 끈질긴 설득 끝에 정씨도 엔비케이스의 무역선에 올라섰다.

엔비케이스는 프로그래머를 뽑을 때 코딩 테스트 두 번과 인터뷰를 한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100여명에 달하는 지원자를 통틀어서 정씨보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없었다는 게 장 대표의 말이다.

"교통 분야에서 6~7년간 데이터 과학자로 일해오다 책으로 코딩을 익힌 재야의 고수로 불리지만 시니어 프로그래머인 정씨는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멤버다. 아울러 코드 한 줄만 보고 장비같은 프로그래머를 찾아낼 수 있는 CTO 역시 정말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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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그래픽 = 장세희 한경닷컴 에디터 ss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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