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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8촌

입력 2016-06-29 17:29   수정 2016-06-30 06:4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신라 김유신은 자기 여동생의 딸과 결혼했다. 진흥왕의 부인은 사촌 누나였다. 고려 광종은 이복남매와 혼인했다. 근친결혼이 금지된 것은 조선시대부터였다. 중국의 유교이념을 받아들여 성(姓)과 본(本)이 같은 사람끼리의 혼인을 법으로 금했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처럼 같은 시조에서 갈라져 나온 경우도 그랬다. 김해 허씨에서 갈라져 나온 다른 허씨나 김해 김씨에서 갈라져 나온 다른 김씨 집안끼리도 마찬가지였다.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얼마 전까지도 적용됐다. 부계 성씨 위주로 파악하는 호적법의 특성상 모계 친족을 다 알기 힘든 맹점도 있었지만, 2005년 3월까지는 그래왔다. 지금은 개정된 민법에 따라 동성동본 여부는 묻지 않고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촌까지만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촌결혼이 흔하다. 간 나오토 전 총리도 그렇다. 유럽의 대부분과 미국 19개주 역시 사촌결혼을 허용한다. 가까운 과거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 독일도 비슷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남편은 동갑내기 고종사촌누나이자 외사촌 남동생이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사촌 간 결혼이 전체 혼인의 25%를 넘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촌수(寸數) 개념은 유별나다. 친척(親戚)이란 말은 친족과 외척을 모두 아우른다. ‘나’를 기준으로 아버지 쪽의 친가를 뜻하는 내척(內戚), 어머니 쪽의 외가를 지칭하는 외척(外戚) 등 혈연과 혼인으로 인한 직간접적 관계와 집단을 총칭한다. 인척(姻戚)은 혼인에 따른 형수·제수·매부·숙모, 장인·장모·처남·처제 등의 관계를 가리킨다. 우리 민법은 배우자·혈족 및 인척을 친족(親族)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성 친척은 8촌을 벗어나더라도 ‘종인(宗人)’ 또는 ‘일가(一家)’라고 부른다.

친척의 범위를 이 정도로 넓게 잡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영미권에서는 사촌(cousin) 다음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5촌은 ‘내 아버지의 사촌’ ‘내 어머니의 사촌’, 6촌은 ‘두 번째 사촌’, 8촌은 ‘세 번째 사촌’ 식으로 표현한다. 일본에서도 사촌 너머의 친척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툭하면 동생, 조카, 오빠, 동서 등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행태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야당 의원의 가족 무더기 채용을 공격하던 여당 의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란 게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금지’라니, 이 또한 뿌리깊은 혈족적 사고의 한 단면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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