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배두나, 아무렇게나 채우지 않는 필모그래피 (종합)

입력 2016-07-07 15:30   수정 2016-07-07 15:43

영화 '터널' 배두나, 2년만에 충무로 복귀
"도전해 볼 가치 있었다"




[김예랑 기자] '월드스타' 배두나가 2년 만에 국내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재난 영화 '터널'을 통해서다.

영화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다. 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하정우와 '천만 요정' 오달수가 합세했다. 2013년 영화 '끝까지 간다'로 상업영화 신고식을 성곡적으로 치른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 감독이든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들"이라는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터널'은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의 캐스팅 만으로도 영화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배두나는 2000년 '플란다스의 개' 이후로 '복수는 나의 것'(2002), '괴물'(2006), '공기인형'(2010) 등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는 매우 굵직한 영화들에 출연했다.

또 드라마 '센스 8', 영화 '주피터 어센딩'(2015),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 등 해외 유수의 감독들과의 협연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워쇼스키 남매의 페르소나'라고 그를 칭하기도 한다. '터널' 또한 배두나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할 명예로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시나리오가 재밌었어요. 저도 터널을 지날 때마다 공포를 느껴요. 우리가 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 아닌가요? 소재 자체는 커다란 재난이지만 과정이 전형적이지가 않습니다. 터널 안 정수(하정우)의 이야기와 밖에서 그를 구조하는 대경(오달수)의 이야기가 무겁게만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배두나는 극중 하정우(정수 역)의 아내 세현으로 분한다. 터널 밖에서 정수가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기다리는 여인. 하루, 이틀, 열흘...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못하는 남편에, 그리고 변해가는 주위 사람들에 시선에 강인했던 세현도 점차 변해간다.

"세현은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이었어요. 극의 전개에서 감정의 축을 이뤄나가야 했는데 나름대로 '어렵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또 감독님의 '끝까지 간다'를 굉장히 재밌게 봤고요. 물론 하정우, 오달수와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죠."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감정을 위해 배두나는 자신의 감정이 과장되거나 가공되어 보이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첫 번째로 그는 여배우로서 화장부터 포기했다.

"스스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역할은 아니지만 극한 상황 속의 여성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얼굴의 느낌이나 표정을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분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가능한 그 자체에서 오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촬영할 때 전혀 화장을 하지 않았죠. 다크서클도 있어야 하고...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 화장을 안하려고 한 것뿐인데 조명팀, 분장팀이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요.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배두나는 이날 하정우와 첫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존재 자체가 충격"이라고 말문을 열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대본 리딩 때 하정우를 처음 봤어요. 존재 자체가, 발상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콘셉트 회의 때였는데 세현의 머리가 함몰된 채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고. '도대체 이분 뭐지?'하는 문화적 쇼크를 받았습니다. 원래 남을 웃긴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지 않나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데 정말 기발하고 크리에이티브해요.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이에 하정우는 배두나에게 이색적인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두나에게 정말 감사한 것이 있어요. 첫 만남이 어색해서 성공률 높은 '아재' 개그를 선별해서 농담을 던졌죠.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그 리액션이 저를 이렇게 키웠습니다."

배두나가 "갈 때까지 가시더라. 지금은 가진 것의 5%도 안 보여주시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자 하정우는 "5%씩 나눠서, 제가 할아버지 될 때까지 천천히 보여줄 거다"라고 재치 있게 화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 고수들의 만남에서 기싸움이란 없었다. 남다른 팀워크로 서로의 연기를 돕고, 또 도왔다. 특히 하정우는 극 특성상 홀로 터널 안에서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유일하게 세상 밖으로 소통하는 장면은 전화통화. 세 사람은 굳이 실제 전화 통화를 하며 연기에 몰입했다는 것.

오달수는 "배두나가 베를린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를 걸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배두나는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내가 전화를 하며 소리를 지르니 당시 드라이버가 놀라더라"라고 설명했다.

또 "한 번은 하정우의 목소리가 연기하는데 필요했다. 아파서 전화를 안 받더라. 목소리를 들으면 안정이 되니까 제발 연결 좀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함께 촬영장에 있는 시간보다 전화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터널'은 '생명'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면서도 김성훈 감독 특유의 웃음과 긴장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로 완성된 작품이다. 거대한 터널이 무너지는 생생한 모습과 붕괴된 터널 안을 실감 나게 구현해 새로운 형식의 한국형 재난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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