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국가브랜드

입력 2016-07-07 18:40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최초이자 가장 성공한 국가브랜드로 영국의 ‘Cool Britannia’를 꼽는다. 1997년 집권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새로운 영국, 새로운 노동당’을 표방하며 내건 구호다. 본래 1967년 유행한 올드팝 제목인데, 영국 국가(國歌) ‘Rule Britannia’에 운을 맞춰 살짝 비튼 것이다.

1990년대 영국은 오아시스, 스파이스걸스 등 브릿팝과 텔레토비, 해리포터 같은 문화콘텐츠로 창조산업 전성시대를 맞았다. 잘 만든 구호 하나가 영국의 위상을 노(老)제국에서 젊은 국가로 바꾼 셈이다. 일본이 이를 본떠 2009년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국가전략으로 ‘Cool Japan’을 내걸었다. 모방의 천재답다.

지금은 국가브랜드의 홍수시대다. 줄잡아 80여개국이 국가 또는 관광 브랜드를 내걸고 관광객, 외자 유치와 수출 촉진에 열을 올린다. 국가브랜드는 무엇보다 쉬우면서 그 나라 특징을 잘 살리는 게 관건이다. 이를테면 싱가포르의 ‘당신의(Your) 싱가프로’, 태국의 ‘어메이징(Amazing) 타일랜드’, 말레이시아의 ‘참된(Truly) 아시아’ 등은 입에 감기면서 기억하기도 좋다.

자연경관이 강점인 국가들은 색다르다. 스위스의 ‘Get Natural’, 뉴질랜드의 ‘100% Pure’, 캐나다의 ‘Keep Exploring’ 등이 있다. 베트남의 ‘The Hidden Charm(숨은 매력)’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데 미국이 ‘발견하라(Discover)’를 내걸자 일본은 ‘끝없는 발견(Endless Discover)’이란다.

밋밋하거나 식상한 경우도 있다. 그리스와 인도네시아는 그냥 ‘원더풀’이다. 대만은 ‘아시아의 심장’이라는데 공감이 잘 안 간다. 차라리 스페인, 호주처럼 그 나라의 상징물(태양, 캥거루)만 그려넣은 국가브랜드가 더 눈길을 끈다. 한국의 관광 브랜드는 ‘Imagine Your Korea’인데, 글쎄….

정부가 국가브랜드로 내건 ‘Creative Korea(창의 한국)’가 프랑스의 정책캠페인 로고를 표절했다는 시비로 논란이 분분하다. ‘Creative-’는 미국 영국 아프리카도 썼고 한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는 문화체육관광부 해명이 안쓰럽다. 표절이 아니라 해도 창의롭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쉬운 듯 하면서 쉽지 않은 게 브랜드 네이밍이다. 2002년 만든 ‘다이내믹 코리아’는 ‘다이너마이트 코리아’로 희화화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안하면 새 브랜드의 필요성이 없진 않다. 그러나 제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띄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것이 대표하는 국가의 유무형 이미지다. 정말 창의적인가.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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