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관행 사라졌다"…자산운용사에 몸 낮춘 산업은행

입력 2016-07-11 18:39   수정 2016-07-12 05:08

현장에서

수요자인 운용사 중심으로
평가 시스템 도입·구축
루키 리그 도입…창업 유도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 좌동욱 기자 ] “산업은행이 확 달라졌습니다.”

산업은행의 ‘2016년 사모펀드(PEF)·벤처캐피털(VC) 위탁 심사’ 과정을 지켜본 자본시장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산업은행의 또 다른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산업은행은 연평균 1조4000억원을 PEF와 VC에 투자하는 국내 최대 펀드 투자자(LP)다. 대체투자 규모로 한정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왕갑’이라 불리는 국민연금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산업은행이 호평을 받는 것은 옛 정책금융공사 시절 운용사들에 ‘갑질’하던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있어서다. 수요자인 운용사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노력들도 눈에 띈다.

올해 가장 부각된 제도는 신진 운용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리그제’ 도입이다. PEF의 경우 운용사 간 출자 심사를 △대형(산업은행 출자금액 1500억원) △중형(1200억원) △소형(600억원) △루키(400억원) 등으로 구분해 체급별로 경쟁시켰다. 루키리그는 ‘창업 3년 이내’라는 조건을 달아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의 창업을 유도했다.

1차 서류 심사 단계인 데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제안서 마감 결과 PEF와 VC 부문의 루키리그 경쟁률은 각각 8 대 1, 5.5 대 1에 달했다. 루키리그를 뺀 평균 경쟁률 3 대 1과 2.88 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제도권에서 보기 어려웠던 중·소형 운용사들이 산업은행 위탁 심사에 대거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성시호 산업은행 간접투자금융실장은 “과거 투자 실적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다양한 전략과 특징을 갖춘 운용사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평가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는 LP업계 후발주자인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국민연금과 대등해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특히 루키리그에 지원한 운용사들의 산업은행 출자비율을 80%까지 높인 것이 운용사들에 호평을 받고 있다. 신생 운용사가 추가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부담을 과감하게 덜어줬다. PEF와 VC의 운용 및 성과 보수 체계의 경우 산업은행이 국민연금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투자 대상을 신성장산업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자유로운 투자 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운용사들이 산업은행에 가졌던 가장 큰 불만이었다.

올해부터 투자 대상 및 분야는 운용사가 자율로 정하도록 바꿨다. 국내 대형 PEF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독주하다시피 했던 국내 앵커 LP(주력 펀드 투자자) 시장에 산업은행이 등장하면서 LP들이 상호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운용사 친화적인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면 유력 운용사를 빼앗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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