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사르데냐 섬

입력 2016-07-19 18:02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여름 휴가철이면 외신을 통해 한 번씩 듣는 곳이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라는 사르데냐 섬이다. 이탈리아 서쪽 지중해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의 13배 크기로, 나폴레옹의 고향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과 이웃해 있다.

사르데냐는 지구촌 부호와 셀러브리티들의 휴식처다. 빌 게이츠가 여름 가족휴가 때마다 요트를 빌리고 쉬어간다. 섬 북부 ‘코스타 스메랄다’는 ‘에메랄드 해안’이라는 말대로 지구상 파란색이 모두 모인 바다다. 다이애나 빈이 여름을 보낸 곳이다. 바람둥이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비키니 미녀들과 매년 여름 휴가를 즐긴 호화 별장도 사르데냐에 있다. 이곳 호텔 칼라디볼페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1박에 3만2000달러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럭셔리한 스위트룸이다.

한국 대표 휴양지로 제주도가 꼽히듯 서구 부자들은 사르데냐를 찾는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 관광정책 방향의 하나로 제시한 ‘셀럽의 섬’이 사르데냐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본토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탓에 토착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수천년 됨직한 유적이 錡4? 따뜻하고 풍요로운 지중해에 떠 있어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참치의 보고이며, 도미 농어 바닷가재 새우 등이 유명한 해산물 천국이다.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시간이 멈춘 섬’으로 불리지만 주민들의 삶은 꽤나 고단했다. 페니키아 카르타고 아랍 스페인 등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 북서아프리카의 이슬람교도 무어인에게는 네 번이나 공격받았다. 세계 제2차대전 때는 연합군의 이탈리아 상륙 전초기지였고, 지금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이탈리아 근거지다. 만만치 않은 역사적 배경은 사르데냐가 고향인 그람시(1891~1937)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마르크스주의 작가’로 키우는 토양이 됐을 것이다.

사르데냐는 유럽의 패권 다툼에 시달리다 1861년 이탈리아에 합병됐다. 하지만 사르데냐 문화의 우월성을 신화처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사르데냐주의’ 탓에 본토와의 유대감이 약하다. 분리독립을 주창하는 정당만 10여개다. 국제정치적으로 분리독립운동과 ‘지역주의’를 말할 때 영국 스코틀랜드, 프랑스 바스크·코르시카, 스페인 카탈루냐, 스위스 제네바, 독일 바이에른 등과 함께 꼭 거론되는 이유다.

영국 제약사 티지아나가 장수 비결 연구를 위해 사르데냐 주민 1만2600명의 유전자 정보를 사들였다고 한다. 사르데냐는 일본 오키나와와 더불어 대표적인 장수촌으로 꼽힌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수명을 연장하는 요인일까.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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