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페이스북 보면 이마트 전략이 보인다"

입력 2016-08-14 18:51  

신사업 공개 앞서 미리 소개
일반인에 홍보하며 소통도

'구전마케팅' 광고보다 효과
'정용진 스타일'에 관심 집중



[ 이수빈 기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페이스북을 보면 이마트의 전략이 보인다.”

올해 초 신세계의 한 임원이 한 말이다. 그때만 해도 귓등으로 흘려듣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많은 사람이 그의 페이스북을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이마트의 전략뿐 아니라 유통업계 리더의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포지셔닝》의 저자 잭 트라우트는 “훌륭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직접 전략을 수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자신만의 전략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광고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얘기다.

◆SF영화 예고편인 줄…

지난달 31일 정 부회장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 9월9일 대개봉’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배우 정우성과 김지원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주복을 입은 채 우주선을 타고 힘겹게 어느 별에 도착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 별에 가야만 한다”고 외친다. 이달 14일까지 이 영상을 본 사람은 6만명이 넘었다. 많은 사람은 ‘새로 나오는 우주영화냐’는 질문을 남겼다.

지난 8일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이 영상의 내용을 공개했다. 오는 9월9일 문을 여는 신세계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의 티저 광고라고 했다. ‘SF’는 스타필드(Starfield)의 약자였다. 이틀 뒤인 10일부터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하는 매장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육아용품 전문점 ‘마리스 베이비서클’, 장난감 전문점 ‘매튜&조엘스 토이 킹덤’ 등이다.

이에 앞서 그는 고민도 솔직히 털어놨다. “클릭 몇 번이면 상품이 집 앞에 도착하는 시대에 유통업은 얼마나 더 새롭고 흥미로울 수 있을까.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을까” 등이었다. 스스로 답도 했다. “유통업을 새롭게 규정하고, 상품뿐 아니라 놀랍고 행복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 결과물이 스타필드 하남이라는 얘기다. 이런 정 회장의 활동에 대해 “자신의 고민 속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내는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용진의 SNS 전략

앞서도 정 부회장은 이 방식을 썼다. 먼저 화제가 되는 글로 흥미를 이끌어낸 뒤 이마트의 신사업을 소개했다. 작년 5월20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문매장 전성시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베스트바이, 이케아 등 해외 유통 전문점을 소개했다. 또 지금까지 한국에 이런 전문매장이 없駭?이유도 분석했다. 그리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큐레이션된 전문매장의 출현이 머지 않았다”고 했다. ‘더라이프’ ‘피코크 키친’ 등 전문매장을 한군데 모은 일산 ‘이마트 타운’ 사업을 예고한 것이다.

작년 5월29일에는 ‘시빌워’ 등 마블코믹스의 만화책 사진을 올렸다. 슈퍼히어로 ‘일렉트로맨’을 내세운 ‘일렉트로마트’ 사업을 미리 보여준 것. 그는 이 글에서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슈퍼히어로를 리테일과 접목하는 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즐거워진다”고 느낌을 적었다. 작년 7월31일에는 캐나다 대형마트 레알의 자체상표(PB)인 ‘노네임브랜드’ 소개 글을 올리며 “불필요한 기능과 브랜드를 없애고 가격 혜택으로 돌려주는 것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3주 뒤인 8월20일 이마트가 출시한 저가 PB ‘노브랜드’를 예고한 것이었다.

◆존댓말도 새로운 전략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는 정 부회장이지만 아픔도 있었다. 2011년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탈퇴했다. 1인용 미니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네티즌들이 비난을 퍼부은 뒤였다. SNS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작년 5월 페이스북을 열었다. 이후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기존 일기 형식에서 존댓말로 바꾼 것.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기 위한 정 부회장의 전략이 담겨 있는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져 소비자들이 더 친근하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의 마케팅 전략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발벗고 홍보에 나선 전문점사업, PB사업 등이 모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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