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닉슨의 자충수

입력 2016-08-21 18:24   수정 2016-08-21 19:46

김 영 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joojoo2012@naver.com



2004년 사망한 아치볼드 콕스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임금 문제와 노동법 전문가였다. 콕스 교수가 1948년 출간한 노동법 저서는 그가 사망한 뒤인 2011년에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지금도 교과서나 다름없는 책이라고 한다. 콕스 교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노동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학자로서의 업적이 훌륭하지만 그를 세계적 유명인이 되게 한 것은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보듯 나도 워터게이트 사건의 중대한 분수령이 사건을 조사한 콕스 특별검사의 해임이라고 생각한다.

콕스 검사가 워터게이트 사건이 백악관 지시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백악관 집무실 대화 녹음테이프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제출하기는커녕 콕스 검사를 해임해 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닉슨은 법무장관에게 콕스를 해임할 것을 지시했지만 법무장관은 이를 거부했고, 후임 법무장관 역시 거부하고 사임해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했다.

‘토요일밤의 학살’로 불린 닉슨 대통령의 자충수는 결국 이듬해 대통령직 사임을 불러온 결정적 오판이었다. “미국 정부가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정부가 아니라 법률을 따르는 정부로 계속 남을 것인지는 이제 의회,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콕스 검사의 기자회견을 본 미국 여론은 완전히 닉슨에게서 돌아섰다.

청와대는 지난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를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국기를 흔드는 일’을 범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한 보수시민단체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고발했다니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수사를 받으면 아마도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콕스 검사를 해임하자 여론은 물론 공화당도 닉슨에게서 돌아선 것처럼 청와대의 이석수 특별감찰관 찍어내기가 성공한다면 여권에 우호적인 민심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청와대는 닉슨처럼 ‘자충수’를 두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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