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 경제의 '비밀 아닌 비밀'

입력 2016-08-22 18:56  

통계 조작 안해·특단 대책이 경제 키워
경제 미래는 몰라…개혁하면 한국에 유리

박한진 <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



드러내지 않고 숨기면 비밀이다. 숨기지 않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으면 비밀 아닌 비밀이 된다. 예전엔 비밀이 많았는데 요즘은 비밀 아닌 비밀이 더 많다. 중국 경제 얘기다.

첫 번째 비밀 아닌 비밀은 중국 통계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산업 생산과 무역통계, 실업률은 고무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들쑥날쑥한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해묵은 경착륙-연착륙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중국이 통계 수치를 키우거나 줄이려 한 시절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스로 결단해 개혁과 구조조정의 길에 나선 마당에 지금도 조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통계의 진위에 집착하다 보면 양 극단을 오가기 십상이다. 경제 수치에 따라 기대감과 위기감이 수시로 교차한다. 이래서는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추세를 본다면 새로운 것이 보일 것이다. 여러 통계를 이어서 본다면 그 속에서 더 큰 것을 볼 것이다.

두 번째 비밀 아닌 비밀은 세계 경제 ‘넘버 투’가 된 비결이다. 모두들 중국이 주요 2개국(G2)이라고 말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훌쩍 커버린 비결에 대해선 조용하다. 줄잡아 네 번 정도의 특단의 정책이 힘을 발휘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은 세 가지였다. 당시 중국은 제조업 공급과잉을 떨어내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흔한 땡처리 대책보다는 우선 국유기업에만 주어진 수출입 권한을 민영기업으로 확대했다. 그 덕에 대부분 국가의 무역액이 감소했지만 중국은 반대로 교역액을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키울 수 있었다. 소비영역에서는 종래 국가가 나눠주던 부동산을 개인이 구입하는 ‘상품방(commercial housing)’ 시장으로 개혁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제도가 이때 생겨났고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 정부는 교통 인프라 및 도시화 건설 투자도 확대했는데 중국 전역에 촘촘하게 깔린 철도망이 이때 생겨난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하는 이런 조치들은 당시에는 하늘과 땅이 놀랄 정도의 개혁적인 정책이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4조위안(약 670조원)의 초대형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았다. 지방정부 차원의 조치를 합치면 10조위안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정책을 폈다. 2010년대 이후 유동성 과잉 문제를 유발하기도 했지만 중국판 ‘헬리콥터 벤’ 효과를 톡톡히 낸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비밀 아닌 비밀은 중국 경제의 향방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순항할지, 경착륙 우려에 비틀거릴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호재도 있고 악재도 있다. 모두 현재 진행형이라 미래 예측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미래 중국은 중국 하기에 달렸다. 중국 경제가 어렵지만 꼐低런蒐?단기 대책의 유혹에 빠진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신 과거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했던 것처럼 수출입 권한 확대, 부동산시장 개혁처럼 특단의 개혁 조치를 내놓는다면 중국은 달라질 것이다. 산업구조, 금융시스템, 국유기업, 조세제도 등 전반에 걸쳐 개혁이 불가피하다. 최근 중국이 서비스업과 가상현실(VR) 분야를 미래 성장점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이것이 성공하려면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중국이 개혁에 성공하면 우리의 중국 시장 공간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한진 <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