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제트닷컴 창업자 마크 로어 '온라인의 코스트코' 창업

입력 2016-08-25 16:45  

3년 만에 매출 10억불 달성, 유통공룡 아마존 '킬러' 되다

탁월한 숫자 감각, 타고난 사업가
14살때 부모님이 준 돈으로 주식투자
월가에서 일하다 과로로 쓰러지기도

온라인 유통사 퀴드시 창업
유아용품·애견 쇼핑몰 잇달아 성공
창고정리 로봇 등 혁신 기술 도입
매출 늘었지만 출혈경쟁으로 이익 급감
결국 5억4500만불에 아마존에 매각

아마존에 복수의 칼을 갈다
연회비 받는 온라인몰 제트닷컴 창업
회원 360만명·입접업체 1600만곳 확보
33억달러 받고 월마트에 매각 ‘대박’



[ 박진우 기자 ] 2013년 7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임원이던 마크 로어(45)는 2년5개월간 일한 아마존을 떠났다. 몇 주 뒤 그는 뉴욕 벤처캐피털 액셀파트너스에 다니는 친구 사미르 간디를 만났다. 로어는 그에게 회원제 방식의 온라인 쇼핑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간디는 그 자리에서 2100만달러(약 235억원)어치 수표를 내밀었다. “네가 사업을 시작하는 즉시 이 돈은 너의 창업자금이 될 것이다.”

로어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총 8000만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이 돈으로 1년 뒤 ‘제트닷컴’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차렸다. 창업 2년 만에 제트닷컴은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1225억원)를 올렸다. 로어는 최근 회사를 아마존의 최대 경쟁업체이자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33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월마트 역사상 최대 인수금액이었다. 그는 제트닷컴 이전에도 3개의 유통회사를 차린 뒤 거액을 받고 대기업에 넘겨 연달아 ‘대박’을 낸 유통사업 전문가다.

숫자 감각 탁월한 ‘인간계산기’

로어는 타고난 사업가란 평가를 받는다. 여섯 살 때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아기유령 캐스퍼(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보여주는 대가로 가족에게 5센트를 받았다. 열네 살 때까지 부모님이 준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나중에 함께 온라인 유통업체 퀴드시를 창업한 초등학교 동창 비니트 바라라는 그를 ‘인간계산기’라고 불렀다. 숫자에 관련해선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로어는 고등학교를 3.9점(4.0 만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수학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손꼽히는 명문 리버럴아츠칼리지(인문·사회과학 중심의 학부 대학) 버크넬대에 진학했다. 그의 가족에선 첫 번째 대학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스위스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뉴욕지점의 위험관리부서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1998년 닷컴거품 우려가 제기될 무렵 고위험 상품으로 드러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판매하는 트레이더들의 투자위험을 파악했다. 로어는 “그들은 숫자로 고객을 속이고 있었다”며 “고객을 속이는 비즈니스로는 오래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27세이 되던 1998년 어느 날 아침, 그는 갑자기 사무실 바닥에 쓰러졌다.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은행을 그만두고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신만의 사업을 벌여나가기 시작했다.

‘소비자 한명 한명에게 소중한 경험을 주겠다’

“바쁜 부모였던 나는 기저귀를 구비하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한지 알고 있었다.”

그가 2005년 친구 바라라와 유통업체 퀴드시를 창업한 이유다. 그는 퀴드시 자회사인 유아용품 쇼핑몰 1800다이퍼스(다이퍼스닷컴), 식료품 쇼핑몰 소프닷컴과 애견용품 쇼핑몰 와그닷컴에서 연달아 성공을 거뒀다.

“숫자는 유용하지만 숫자로는 고객과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로어는 이익이 줄더라도 고객이 연중 쉬는 날 없이 반품할 수 있게 했다. 상자에는 손글씨로 적은 메모도 넣었다. 퀴드시는 대도시의 젊은 부부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10년 퀴드시의 매출은 연간 3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는 대도시 근처에 창고를 마련했다. 배송비를 낮추고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창고엔 로봇 스타트업인 키바에서 창고정리용 로봇을 도입해 인건비를 줄였다.

2010년 퀴드시의 활약을 알아차린 아마존은 그해 말 퀴드시의 주요 상품인 기저귀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깎았다. 로어는 석 달간 아마존이 기저귀 상품에서만 1억달러의 손실을 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퀴드시의 이익도 급감했다.

아마존은 로어에 5억4500만달러에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규모에서 밀린 로어는 2011년 퀴드시를 아마존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2년 반 동안 아마존에서 일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아마존 킬러’로 재기, 유통전쟁 선봉장으로

아마존을 나와 세운 제트닷컴의 사업모델은 ‘온라인의 코스트코’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로어는 적은 종류의 제품을 대량으로 싼값에 살 수 있는 코스트코의 ‘멤버십’에 주목했다. 제트닷컴 수익은 오로지 멤버십 연회비에서만 나오며 거래에서 나오는 마진은 전부 고객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도 코스트코와 같은 3%를 목표로 했다.

로어는 처음부터 아마존을 겨냥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99달러)의 절반 수준인 연회비(49.99달러)를 낸 회원에게 아마존보다 10~15% 싼 가격의 상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가격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저가의 제품을 내놨다. 고객이 고른 여러 입점 업체의 상품을 하나의 박스에 모아 배송했다. 고객이 같은 공급자에게서 많은 상품을 구입하면 추가 할인도 해줬다.

제트닷컴 고객은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로 결제하면 1.5%의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천천히 받거나 반품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용하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제트닷컴은 고객의 모든 거래를 추적해 그들이 아낀 비용을 알려준다. 연회비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트닷컴은 회원 360만명, 입점 업체 1600곳을 확보했다. 이용자의 평균 사이트 방문시간은 2.5분으로, 월마트(5분 이상)나 아마존(6분 이상)보다 효율적인 쇼핑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어는 지난 9일 월마트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월마트는 통상 합병된 기업의 경영진에 2~3년간 자리를 보장했지만 이례적으로 그에게 5년간 월마트 전자상거래부문 최고경영자(CEO)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데려온 더글러스 맥밀런 월마트 CEO는 “단순히 제트닷컴의 가능성이나 기술을 보고 인수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며 “마크 로어의 전문성과 새로운 시각, 창업가 정신을 월마트 조직 안에 들여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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