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데스크 시각] 큰 상금 건 드론월드컵 열자

입력 2016-08-28 17:53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올여름 극장가 히트작 ‘터널’의 한 장면. 귀가하던 중 갑자기 무너져내린 터널 안에 갇힌 자동차 영업사원(하정우)을 구조하기 위해 119구조대가 날린 수색용 드론 뒤로 수십대의 드론이 떼지어 터널 안으로 몰려 간다. 취재 경쟁을 벌이는 언론사가 동원한 드론들이다. 재난현장 속 과열 취재 경쟁을 꼬집으려는 듯 드론 중 몇 대는 서로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지만, ‘인터스텔라’와 같은 할리우드 SF영화에 등장한 드론을 우리 영화에서도 소재로 활용한 데 대해 신선했다는 반응이 많다.

신기술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자율주행자동차와 함께 미래 이동 수단의 상징이 되고 있는 드론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야마하모터가 생산한 2500여대의 드론이 전체 농경지의 40% 가까운 면적에 비료와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미국 UCLA대 미식축구팀은 훈련이 있을 때마다 20피트 상공에서 드론 촬영을 통해 공수의 허점을 파악한다.

드론을 활용해 세상을 바꿀 원대한 프로젝트들도 진행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거대한 태양광 드론으로 아프리카 오지 등을 와이파이존으로 만드?‘접속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드론을 얘기할 때 우리를 더욱 주눅들게 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 IT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첫 사례가 바로 드론이다. 세계 민간 드론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DJI의 대표 제품인 팬텀은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포드의 ‘T모델’에 비유된다. 이달 중순 용인에 세계 첫 실내 드론비행장을 연 곳도 이 회사다. 세계 최초의 사람이 타는 유인 드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항(EHang) 역시 중국 기업이다.

드론에서도 추격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가 단골로 지적하는 문제점이 규제다. 드론의 무게, 시험비행장, 회사 설립, 조종 자격 등에 걸쳐 지나친 규제 탓에 드론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개발을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

깜짝 놀랄 상금으로 동기부여

국내 드론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릴 궁극적인 해결책은 기술개발이다. ‘왕도’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이 문제를 다룰 때 참고로 할 만한 것이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가 베스트셀러 《볼드》에서 제기한 ‘경연대회론’이다. 거액의 상금을 내건 경연대회를 잘 활용하면 기술적 난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27년 세계 최초로 무착륙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도전 뒤에는 호텔 갑부 레이먼드 오르테가 내건 2만5000달러(현재 가치 약 50만달러)의 상금이 숨어 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1908년부터 항공기록을 경신하는 조종사들에게 상금을 주는 ‘미쉐린컵’을 시상해 왔으며, 프랑스가 에어버스를 지닌 세계 항공 대국으로 성장하는 기틀이 됐다.

국내에도 항공우주 및 드론 관련 대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상금이 크지 않고 대부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런 정도로는 린드버그처럼 영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대기업 등이 나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통 큰 상금’을 걸고 세계적인 드론 월드컵을 열어 보자. 인간 정신의 가장 강력한 유인책인 명예와 도전정신을 최대한 자극하는 것이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젊은 영웅들을 빨리 키워야 한다.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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