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과외시장으로 내몰리는 대학생

입력 2016-09-07 18:36   수정 2016-09-13 17:32

수시 확대로 교과목 과외 감소
한 푼 아쉬운 취업준비 대학생들
과외중개사이트로 대거 몰려

"첫달 과외비 수수료 80% 떼여도 매칭만 되면 '감지덕지' 심정"



[ 마지혜 기자 ]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윤모씨(27)는 지난달 한 온라인 과외중개업체에 등록했다. 여름 내내 과외 학생을 구하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기 때문이다. 중개업체 도움으로 겨우 과외 학생을 구했지만 속이 쓰렸다. 중개업체가 첫 달 과외비 35만원의 80%인 28만원을 수수료로 떼가기 때문이다. 윤씨는 “과외 학생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첫 달은 무료 봉사하는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7일 대학가와 학원업계 등에 따르면 대학생 과외 시장이 ‘공급 포화’ 상황을 맞았다. 과외 수업을 원하는 학생은 줄어드는 반면 과외교사는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학령인구 감소와 입시 방식 다변화 등으로 중·고교생의 교과목 과외 수요는 줄어든 반면 극심한 취업난에 구직기간이 길어진 대학생 상당수가 과외 시장으로 유입된 영향이다.

비싼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과외중개사이트를 찾는 과외교사가 긴 줄을 서고 있다. 과외중개사이트 와이즈맘스에는 이날 현재 2만여명이 과외 학생을 찾아 대기 중이다. 교사를 구하는 학생은 30명에 불과하다. 학생 대 교사 비율이 1 대 667에 달한다.

이 사이트는 학생과 과외교사를 회원으로 받아 각자의 희망 수업지역과 금액 등을 고려해 적절한 상대방을 연결해준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선 가입비나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과외교사에게선 첫 달 과외비의 80%를 수수료로 뗀다. 2010년 3월 설립 당시에는 수수료를 첫 달 과외비의 50%로 정했지만 단계적으로 10%포인트씩 올려 2014년 10월부터 80%를 받고 있다.

와이즈맘스 관계자는 “과외 학생을 찾는 교사가 점점 많아지고 인건비도 늘어나 수수료를 높였다”며 “수수료가 비싸다는 말도 있지만 직접 매칭을 해주니 성사율이 높아 매일 10~20명가량의 교사가 신규로 등록한다”고 말했다.

과외중개사이트 과외코리아에서는 학생은 비용 없이 과외교사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교사가 학생 연락처 등을 보려면 3만원을 내고 정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곳의 교사 회원은 11만1250여명에 이른다.

국내 온라인 과외중개업체는 200개가 넘는다. 과외 학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교사가 많아지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교육청에 개인과외교습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과외를 할 수 있는 대학 또는 대학원 재학생이 주로 가입한다.

과외시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수시 입학전형 확대 등으로 대학 입시 방법이 다양해져 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생이 과거보다 줄었다.

서울교육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교과 교습을 위한 서울지역 학원 수는 2013년보다 0.8% 줄어든 반면 논술학원과 입시컨설팅학원은 각각 47%, 80%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 상당수가 투입 시간 대비 보수가 좋은 과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과외비가 10년, 20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이유는 과외시장 수급 불균형에 있다”며 “대학생 과외교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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