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화물 열흘째 바다 떠도는데…하루종일 '최은영 청문회'

입력 2016-09-09 18:35  

서별관 청문회 '부실 마감'

물류대란 해법 못찾고 '화풀이'만 한 여야

"세월호 버린 선장 같아…사재 출연하라"
답변 중 눈물에 "국민은 피눈물" 지적도
최은영 "재산 350억~400억…시간 좀 달라"



[ 이태명/김일규/정지은 기자 ]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 이틀째인 9일. 청문회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의 눈물로 시작됐다. 여야 의원들은 한진해운 부실을 키운 경영 책임과 함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보유 주식을 매각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최 전 회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개인 재산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최 전 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사재출연은) 시간을 더 달라”고만 했다.

◆“세월호 선장과 다를 게 뭐냐”

첫 번째 질의에 나선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최 전 회장은 가라앉는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선장이나 다름없다. 책임을 통감하라”며 “사재출연은 안 하나”고 압박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최 전 회장 본인과 관련된 의혹은 모두 부인했다. 지난 4월 초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주식을 매각한 데 대해선 “자율협약 신청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판 게 아니다”고 했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전해들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간 상황에서 서울 여의도 사옥 임대료로 140억원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에는 “한진해운이 내는 임대료가 연간 36억원인데 벌써 몇 달째 연체하고 있다”며 “(저도) 고통 분담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성 있는 사재출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사재출연 요구에 최 전 회장은 “살고 있는 집과 유수홀딩스 지분 등을 계산하면 재산은 350억~400억원”이라며 “(책임질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최 전 회장과 두 딸이 보유 중인 유수홀딩스 지분을 출연하라”는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요구엔 “유수홀딩스 지분 출연은 회사 경영이 걸린 문제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유수홀딩스 소유인) 여의도 사옥을 한진해운에 돌려주라”는 윤호중 더민주 의원의 압박에도 “유수홀딩스 자산이어서 어렵다”고만 했다.

◆물류대란 해법 고민은 전무

한진해운 부실 책임이 최 전 회장에게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송영길 더민주 의원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을 위해 해외선주사에 눈물의 편지를 보냈는데, 최 전 회장은 뭐했느냐”고 따져물었다. 최 전 회장 자질을 따지는 질문도 나왔다. 송 의원은 “(회사는 망해가는데) 요트는 왜 갖고 있나”고 지적했고,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한진해운 회장을 맡기 전에 경영수업을 받았나”고 질의했다.

최 전 회장은 경영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항변했다. “최 전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을 맡은 7년간 부실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윤호중 더민주 의원의 지적에 “(한진해운 부실은) 2008년 이후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수홀딩스를 통해 한진해운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 제기에 “유수홀딩스는 합법적으로 계열 분리한 상장회사”라고 답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법정관리 신청 후 10일째 계속되고 있는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해법을 찾기 위한 질의는 거의 하지 않았다. 전 세계 바다 위에 떠있는 수출화물을 하루빨리 하역할 방도를 찾는 게 급선무인데 희생양 만들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의원은 최 전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이 도의적,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지만, 청문회장에서 물류대란을 막을 해법 논의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태명/김일규/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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