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당한 금융노조 파업] 연봉 8800만원 '귀족 파업' 눈총에 자리 지킨 은행원…혼란 없었다

입력 2016-09-23 18:27  

'성과연봉제 반대' 명분 노조원 호응도 못 얻어
10만명 참여 장담 금융노조, 2만명 오자 당혹



[ 김은정/황정환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3일 벌인 총파업은 조합원인 은행원의 공감을 얻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다. 금융노조의 주축인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조합원의 참가율이 크게 저조했다. 성과연봉제 반대라는 파업 명분이 일반 국민은 물론 은행원의 공감도 얻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업 참가자가 적어 은행 일선 지점에서의 고객 불편도 거의 없었다.

◆은행 영업점 혼란 없어

한 시중은행의 서울 을지로 영업점에는 이날 점심 시간 직후 7개 창구 중 6개 창구에 직원이 앉아 고객을 맞았다. 영업점 입구에만 파업 안내문이 붙어 있을 뿐 별다른 업무 차질은 없었다. 한 은행원은 “급여 이체 등 월말에 방문 고객이 몰릴 수 있어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소상공인이 밀집한 영등포의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도 파업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한 자영업자는 “월급 인출 등 월말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왔는데 불편한 점이 없었다”고 했다.

은행들은 총파업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해 거점 점포 마련과 대체인력 투입 등 비상 대응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적용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파업 참가자가 많은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일부 영업점에서만 한때 고객이 몰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을 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 업무의 90%가량이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非)대면 채널로 이뤄지고 있다”며 “고령자 등이 영업점을 찾지만 현금입출금기(ATM)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7만명 이상이 파업에 참가해 은행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한 금융노조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금융노조 각 지부에서는 본·아웃백·비비고 등 1인당 6000~1만원대 도시락을 수천명분씩 준비했다가 참가자가 예상보다 적자 남은 도시락을 근처 양로원 등에 급히 전달하기도 했다.

◆명분 없는 ‘기득권 지키기’

이번 총파업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것은 금융노조 조합원의 호응조차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호봉제와 같은 연공서열 중심 급여 체계가 고임금·저효율의 ‘베짱이 직원’을 양산한다고 판단해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 9곳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정됐고, 하반기부터 은행 등으로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한국 금융권의 생산성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국내 민간 은행의 1인당 평균 연간 임금은 8800만원(2014년 기준)이다. 금융 공기업은 8525만원에 달한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은 2.03배로 영국 1.83배, 프랑스 1.73배, 독일 1.7배, 미국 1.01배 등에 비해 높다. 2010~2014년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4% 줄었지만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는 오히려 3% 늘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파업을 추진했지만 생산성 지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파업이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금융노조가 예고한 제2, 3의 파업 동력 역시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는 성과급제가 일반화하는 상황이어서 금융노조의 성과연봉제 반대가 ‘배부른 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정/황정환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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