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씨의 불친절한 사망진단서

입력 2016-10-03 10:17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했으면 사망의종류는 외인사입니다.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를 선택합니다.”

지난해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가 함께 발간한 사망진단서 작성안내서(사진)의 일부입니다.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분류하면서 이 안내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안내서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 의학적 인과관계 순으로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이나 증상부터 위에서 아래로 한 칸씩 적도록 돼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발생한 사망원인은 맨 아래칸에 적도록 돼 있습니다. 원인 옆에는 해당 원인이 발생했을 때부터 사망까지의 기간도 적도록 돼 있습니다.

사망의 종류는 먼저 발생한 사망 원인을 기준으로 병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분신자살로 전신화상을 입어 패혈증성 쇼크로 사망한 환자나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골절돼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는 사망의 종류로 외인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심폐정지, 급성신부전, 급성경막하 출혈이 위부터 차례로 적혀 있습니다.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표시돼 있습니다. 발병부터 사망까지 기간, 기타 신체상황, 수술의사의 주요 소견 등은 모두 비워져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보면 고인은 뇌출혈(급성경막하 출혈)로 인해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급성 신부전이 왔고 결국 심장과 폐가 멈춰 사망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병사로 표기한 의사는 질병 외에 사망에 영향을 준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뇌출혈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작성 원칙에 따르지 않은 불친절한 사망진단서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과 일부 동문 등은 이 사망진단서에 문제가 있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고인은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로 사경을 헤매다 사망했기 때문에 외인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서울대병원 측은 오는 14일 국정감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사망진단서는 환자와 유족을 위한 의사의 마지막 배려입니다.” 사망진단서 작성안내서 표지에 적힌 글입니다. ‘외인사’인지 ‘병사’인지 논란을 떠나 빈칸 많고 불친절한 고인의 사망진단서가 이 기준에 맞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끝) /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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