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반도 조류독감, 미국·유럽도 감염시켰다

입력 2016-10-14 03:03  



(박근태 IT과학부 기자)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감염시키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8) 바이러스가 철새들을 통해 대륙 간에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여름을 시베리아 등에서 지낸 겨울 철새가 남하하면서 중국과 한국 등에 배설물을 뿌리고 이를 통해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북미와 유럽까지 전파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한국의 건국대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영국 에든버러대와 로슬린연구소 등 16개국 32개 연구진은 2014년 한국과 일본 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8)가 2015년 미국 서부에 상륙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13일(현지시각) 소개했다.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거의 2년 간격으로 지금까지 5차례 발생해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키우는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H5N8 인플루엔자는 2014년에 이어 2015년에 연이어 발생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국내에 유입되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자로 겨울철새를 지舟構?있다. 9월부터 한국을 찾는 철새들이 배설물을 통해 농가의 가금류를 감염시킨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등에 머물던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중국과 한국, 일본에선 한 두 달 간격으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4년말부터 2015년초까지 미국 서부에서도 한국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종류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철새는 중국 동북부, 한반도, 일본을 이동하는 유라시아 철새와 북미 대륙을 따라 이동하는 부류로 나뉘어 있어 서로 감염될 가능성이 없었다.

연구진은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지역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따라 배설물을 수거해 그 안에 남아있던 바이러스 DNA를 분석했다. 16개 국가에서 수거된 바이러스 DNA의 차이뿐 아니라 발견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보를 함께 넣어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전파됐는지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2014년초 한국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여름 번식기에 러시아와 몽골 지역으로 올라갔다가 바이러스를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전파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에는 한국의 철새와 조류 바이러스 연구가 열쇠를 제공했다. 건국대 연구진은 지난 2013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발견된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기존에 한국 철새에서 발견되지 않은 미국 철새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국 연구팀을 이끈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학장은 “북미 쪽 철새가 알래스카와 알류샨 열도, 러시아를 거쳐 한국과 일본쪽으로 오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며 “이번처럼 반대로 한반도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같은 루트를 따라 미국쪽으로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가금류를 기르는 농장을 철새로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에 대한 감염에 대한 주의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명적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감염된지 며칠만에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송 학장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 공동연구를 통한 국가 간 바이러스 방제 협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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