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필요' 꿰뚫는 솔루션 개발해야 '대박 상품' 나온다

입력 2016-10-14 17:32  

CEO를 위한 경영학 <27> 좋은 제품을 만드는 비결

인공감미료 '스플렌다'의 사례
단맛은 설탕과 비슷
칼로리는 60% 이상 줄여 웰빙족들의 구매 이끌어내

사진 프린트업체 '셔터플라이'는 아이 있는 여성을 목표로 설정
고화질 사진·저장공간 무료 등 추억 남기고픈 '필요' 만족시켜

타깃은 너무 좁아도, 넓어도 안돼…고객 이해가 '좋은 제품' 출발점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혁신(innovation)의 역사는 솔루션(solution)의 역사이기도 하다. 좋은 솔루션은 중요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기존 대안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매출이나 점유율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needs)다. 특히 기존 대안이 충족시키지 못한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재화 또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이를 통틀어 제품이라 부른다.

필립 넬슨 뉴욕주립대 교수는 제품의 종류를 탐색 제품(search product)과 경험 제품(experience product)으로 구분했다. 탐색 제품은 소비자가 구매 이전에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예컨대 휴대폰을 사기 전에도 제품 크기, 무게, 기능, 디자인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는 경쟁 제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경험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해봐야 비로소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 동네식당의 경우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내 입맛이나 취향과는 맞지 않을 수 있기에, 직접 먹어보기 전에는 평가하기 어렵다.

탐색 제품은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품질 정보를 광고 및 홍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공해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기존 설탕 대비 칼로리 섭취를 6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가치 제안을 내세운 인공감미료 제품인 스플렌다(splenda)가 좋은 예다.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은 많은 국가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의 하루 적정 섭취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최근 설탕세를 도입해 설탕 과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이른 아침에 달달한 커피 믹스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단맛을 즐기면서도 당과 칼로리 과다 섭취를 피하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획기적인 솔루션인 스플렌다는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1999년 시장에 소개됐다. 원래 당뇨병 환자를 위해 개발됐으나, 건강에 관심이 많고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싶은 사람들, 특히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30대 중반 이후 여성층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급성장해 2015년 미국 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른 인공감미료 제품과 비교해 고온에서 요리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바탕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스플렌다를 쓸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소비자와 공유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을 수 있다. 시각적 측면에서는 백설탕의 흰색 포장, 흑설탕의 갈색 포장, 다른 인공감미료가 사용하던 분홍 및 파랑 포장과 구별되는 노랑 포장을 채택해 차별화한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했다.

경험 제품은 품질의 평가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에 맞게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온라인 포토 공유 및 프린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셔터플라이(Shutterfly)는 1999년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47분기 연속 성장해 2014년 매출 1000억원, 매출총이익률이 50%가 넘는 우량회사가 됐다. 설립 당시 월마트, 휴렛팩커드, 코닥 등 1000여개 크고 작은 기업과 온라인 포토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셔터플라이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셔터플라이의 성공비결은 목표 고객을 명확히 하고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지각 품질(perceived quality)을 제공한 것이다. 가정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고 이를 활용해 제작한 포토북, 달력, 열쇠고리 등의 소품을 구매하는 의사결정권자는 엄마다.

셔터플라이는 이들이 아이와의 소중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거나 주위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니즈를 가지고 있으며, 디자인과 가격에 민감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를 만족시킬 솔루션으로 고화질 사진, 다양한 배경 디자인 및 컬러 옵션, 사진 저장공간 무료 및 무한 제공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이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TV 광고를 과감히 포銖構?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면서 서비스 경험에 만족한 소비자의 구전 효과 및 평판에 홍보를 의존했다. 고객의 80% 이상이 여성이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주위에 선물할 일이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해 선물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다양한 소품 위주의 라인업을 제공, 목표 고객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를 해결해준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목표 고객의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존 경쟁 제품 대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해주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목표 고객을 너무 넓게 정의하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범위가 커지므로 솔루션을 제시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목표 고객을 너무 좁게 정의하면 솔루션 찾기는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고정비 포함 시 단위당 원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적절한 범위에서 목표 고객을 설정하고 그들의 선호와 취향, 라이프스타일, 구매패턴 등을 마케팅 리서치를 통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 트렌드에 따라 변하는 '좋은 제품' 기준

어떤 제품이 좋은 제품인가. 데이비드 가빈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한 1987년 논문에서 품질 평가를 위한 8가지 차원으로 성능(performance), 기능(features), 신뢰성(reliability), 일치성(conformance), 내구성(durability), 애프터서비스(serviceability), 심미성(aesthetics), 인지된 품질(perceived quality) 등을 제시했다. 가빈 교수의 분류는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품질 요소, 즉 생산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품질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임스 애덤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라는 2012년 저서에서 가성비, 인간적합성, 장인정신, 인간의 감정과 욕구, 심미성과 세련미, 상징과 문화별 가치관 등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본 품질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의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장했으며,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측면에서의 공헌도가 제품 품질 평가 때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자동차는 애덤스 교수가 말하는 좋은 제품의 재미있는 사례다. 이처럼 제품의 품질을 바라보는 회사의 관점 역시 시대 변화상과 트렌드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야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고 혁신을 리드할 수 있다.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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