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의혹에…잘나가던 '이대 이공계 1호 총장' 첫 불명예 퇴진

입력 2016-10-19 18:31  

최경희 총장 임기 절반 남기고 '낙마'

83일째 점거…일단락되나
최씨 딸 입학의혹 꼬리물며 이사회도 "총장이 책임" 압박
학교 이미지 실추 등에 부담

교수협, 시위 강행
"총장 사퇴로 의혹 무마 안돼"…총장선출방식 개선도 요구



[ 김동현 기자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2014년 8월 52세에 제1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1994년 모교 과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한 지 20년 만이었다. 1980년 이후 이화여대 최연소 총장이자 첫 이공계 출신 총장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취임 1년 만에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하고,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도 싹쓸이했다. 올해엔 프라임(산업연계교육활성화) 사업과 코어(인문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80억원을 타내는 성과도 냈다.

최 총장은 19일 임기(2018년 8월)를 22개월 남기고 총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화여대 130년 역사상 4년 임기를 못 채우고 불명예 퇴진한 첫 총장이 됐다. 지난 7월 평생교육 단과대인 ‘미래라이프대’ 설립 논란으로 시작된 교내 갈등에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60) 딸 정유라 씨(20)의 특혜 의혹까지 겹치면서 전방위로 밀려오는 사퇴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최순실 씨 딸 특혜 의혹 결정타

지난 7월 미래라이프대 설립 추진은 최 총장의 발목을 잡았다. 구성원들의 동의를 충분히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각종 사업을 강행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고졸 신입생을 받겠다는 미래라이프대 설립 계획은 학교 위상의 추락을 걱정하는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최 총장은 설립 계획을 철회했지만 학생들은 최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프라임 사업’ 등에 거부감을 느끼던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까지 총장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는 최씨의 딸이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최 총장은 지난 17일 교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학점 관리에 일부 부실한 점이 있었지만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총장을 지지하던 이사회도 등을 돌린 뒤였다. 이화여대 이사회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총장에게서 비롯된 일인 만큼 총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화여대의 한 교수는 “총장 사퇴와 관련해 이사회 의사결정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윤후정 이사(명예총장)에게 비판의 화살이 쏠린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지배구조 문제”

최 총장 사퇴로 고조된 교내 갈등은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학생들이 83일째 이어가던 본관 점거 해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혜 입학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00여명은 이날 오후 시위를 강행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최씨 딸 특혜 의혹이 여전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학교 지배구조에 있다”며 “새로운 총장선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수 집회엔 학생 약 5000명이 모여 함께 총장 사퇴를 자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화여대 이사회는 조만간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최씨 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교육부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제출받고 있고 이후 (대학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검을 꾸려 비선 실세 특혜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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