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들해진 쿡방·가정간편식 과다경쟁…당분간 음식료업종 '먹구름'

입력 2016-10-27 19:49  

음식료업황 전망

송치호 <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chihosong@ebestsec.co.kr >



음식료업종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전통적인 미인주 ‘저수지’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쿡방’으로 불리던 요리방송 열풍이 식으면서 음식료주는 지난 1년여간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한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중소형주 약세장도 음식료주의 조정을 깊게 했다.

◆실적은 성장, 주가는 뒷걸음

유가증권시장 음식료업종 지수는 작년 8월까지 연초 대비 49.5%나 상승했다. 이후 꾸준히 조정받은 끝에 최근에는 2015년 초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반대로 전기전자업종은 2015년 8월에 연초 대비 최고 20% 넘게 떨어졌다가 최근 빠르게 회복하면서 10%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음식료업종의 실망스러운 주가는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꾸준한 성장과 관심을 감안할 때 뜻밖의 현상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작년 음식료업종의 강한 상승 배경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일본을 닮아가면서 HMR과 제과, 음료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급증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HMR이 음식료업계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예상은 실제로도 틀리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의 변화는 사회 구조적인 특성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의 지난 20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도시락 소비가 급증하고, 편의점 커피도 인기다. ‘소비의 일본화’를 노린 한국 음식료업종의 선제적 대응은 옳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음식료업종 기업들은 투자자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 많은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 문제는 시장 변화를 확신한 기업들이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 발생했다.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기업들의 비용은 높아졌지만 국내 유통 매장엔 쏟아지는 신제품을 전시할 공간이 모자랐다. 과도하게 늘어난 선택지 속에서 소비자들의 입맛도 시시각각 달라졌다.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의 수명 역시 비용을 소화하고 이익을 거둬들일 만큼 길지 않았다. 여기에 다소 과도했던 쿡방 열풍까지 식어버리자 대부분의 음식료업종 주가는 힘을 잃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류산업도 비슷했다. 저(低)도수 기호주 신제품이 쏟아졌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수혜를 입는 종목 차별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남다른 흥행을 이끈 신제품도 드물었다. 경쟁 심화에 따라 실적과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뜨거웠던 음식료업종은 불과 1년 사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업종 내 낙폭과대주 주목

그렇다고 국내 음식료업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 소비자들은 장시간에 걸쳐 신선식품과 외식 소비를 줄이고 HMR과 제과·음료 소비를 늘렸다. 추세 변화에 대응해 결과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하는 기업 주가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본에선 편의점 도시락이나 HMR, 저도 기호주 같은 제품이 한국과 달리 다소 생소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영역을 넓혀갔을 것이다. 기업들이 ‘소비의 일본화’를 확신하고 경쟁에 뛰어든 국내 상황과 다른 점이다. 마케팅 비용을 동반한 과도한 신제품 경쟁에 나서는 사업이나 종목 투자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제과와 주류, 아이스크림 등 식품산업에선 자체브랜드(PB) 상품 출시 동향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이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반적인 업종 주가 전망이 어둡더라도 개별 종목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기회는 존재한다. 농축수산업에 속한 여러 주식과 담배 주식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수요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담배산업은 수출량, 농축수산업은 육계와 돼지 지육 가격이 주요 변수다. KT&G는 최근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위주로 수출이 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성장성 매력이 있다.

음식료업종 조정을 기회로 삼는 전략도 효과적일 수 있다. 업황과 실적에 실망해 주가가 충분히 떨어지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이 커진다. 그동안의 주가 조정으로 급락한 소위 낙폭과대 종목 가운데 충분한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점이다.

성장력을 갖추고 있고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의 음식료업종이라면 반등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동원F&B와 이지바이오, KT&G가 이런 종목에 해당한다. 단기적일 수는 있지만 정보기술(IT) 등 최근 1년간 시장을 주도한 종목 주가도 다소 힘을 잃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업종별 자산배분(포트폴리오)에 변화가 나올 때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갖춘 음식료업종은 우선적으로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송치호 <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chihosong@ebestse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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