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암 원인 맞다...사람 폐·간·목에서 암 직접 유발

입력 2016-11-04 03:00  



(박근태 IT과학부 기자)한국 과학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암 환자의 유전체(게놈) 분석을 통해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강력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역학 조사를 통해 흡연이 암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암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광범위한 분석 결과가 나온 건 처음이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마이클 스트레톤 영국 웰컴트러스트 생어연구소 교수, 루드밀 알렉산드로프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암에 걸린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 유전체(게놈) 5243개를 분석해 흡연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찾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4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알렉산드로포프 연구원은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흡연이 사람의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흡연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세포 시계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직접 노출된 인체 조직의 유전자에 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흡연이 암과 관련돼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흡연이 실제로 어떤 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된 적이 없다. 암은 정상세포가 유전적인 원인이나 외부 자극을 받아 돌연변이를 일으켜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거나 소멸되며 생기는 질환이다.

사람의 DNA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 등 네 가지 염기가 수십만~수백만 개씩 연결돼 있다. 이런 염기서열에 엉뚱한 염기가 들어가면 변이가 일어나는데 그 결과로 암이 생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26종에 이르는 돌연변이가 암과 관련이 있다고 알아냈다. 담배에는 70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들 중 벤조피렌 등 70가지 화학물질이 후천적으로 DNA를 망가뜨려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에선 담배와 관련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흡연이 DNA에 남긴 상처를 찾아냈다. DNA에 남은 변이야말로 발암과 관련성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는 스모킹건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는 폐와 후두, 구강을 비롯해 위, 방광 등에서 발생한 17종에 이르는 암 환자에게서 5243개 게놈을 채취해 분석했다. 여기에는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 암 환자의 유전체가 모두 포함됐다. 게놈 분석에는 지난 2006년 등장한 차세대 시퀀싱(NGX) 기술이 동원됐다. 이 기술은 저가 비용으로 이전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알아낸다. 과학자들은 2008년부터 암 게놈 프로젝트라는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하고 NGX를 이용해 3만개가 넘는 암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서는 모두 19종의 변이가 발견됐다. 이 중 흡연자의 암 유발과 관련된 변이는 5종으로 나타났다. ‘4번 시그니처’로 불리는 변이는 흡연과 가장 밀접한 변이로 분류된다. 실제로 소세포폐암과 폐암, 후두암, 인두암, 구강암, 식도암, 간암 등 9종의 암에서 이 4번 시그너처가 발견됐다. 이들 암은 담배 연기를 들이켰을 때 발암물질과 세포조직이 직접적으로 닿는 부위에 걸린다. 나머지 위암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난소암, 자궁경관암, 방광암, 결장암 등 나머지 8종의 암에선 4번 시그니처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밖에도 2번과 5번, 13번, 16번 시그니처 역시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여러 신체 부위 가운데 간과 위, 췌장에선 가장 많은 종류의 변이가 나타났다. 이들 암이 다양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한 종류 변이가 암을 유발하기도 하고 두 종류 이상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암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주영석 교수는 “4번 시그니처는 흡연과 암의 직접적 관련성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라며 “이 시그니처가 나타나지 않은 암이라고 해서 흡연과 관련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들은 담배를 피워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이를 입증할 만 관련성이 적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가 흡연과 암 관련성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해소할 강력한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암협회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의학회지에 흡연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12가지 암 환자의 사망 이유를 분석한 결과 실제 28.6%가 흡연으로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2014년 미국에서만 16만7133명의 흡연자가 암에 걸려 弧낫? 주 교수는 “흡연이 어떤 간접적 영향을 줬는지를 알아내려면 4번 시그니처가 발견되지 않은 암들에 대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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