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가 노리는 스트라이크 한 방 '스플릿' (인터뷰)

입력 2016-11-07 07:58   수정 2016-11-07 08:54

유지태 주연 영화 '스플릿', 오는 9일 개봉
"흥행 요소가 곳곳에 버무려진 영화, 예감 좋아요"



수백억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도 천만 관객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소문난 점쟁이도 흥행 성적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영화계에는 ‘슬리퍼 히트’(Sleeper hit)라는 말이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잠자는 영화’가 입소문을 통해 놀라운 흥행을 기록하는 경우다. 영화 ‘스플릿’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본능적으로 이를 예감했다. [편집자주]


"한 마디로 '한방'이 있는 영화죠." 배우 유지태는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을 이같이 표현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스플릿’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박 볼링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유지태는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을 맡아 밑바닥 인생의 끝을 보여준다. 그는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이다윗 분)을 만나 한 팀을 이뤄 각본 없는 사기 볼링 세계를 평정한다.

"그동안 도회적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맡아왔죠. 홍상수 감독 영화 같은. 살을 찌우기도 하고, 속물 역할도 했죠. 배우는 변화 속에서 느껴지는 희열감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재밌고, 유쾌하게 작품을 마무리 한 것 같아요.”

유지태는 촬영 첫날 이 작품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었음을 직감했다. 생애 처음으로 볼링을 배우고 ‘프로볼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볼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니까 어색함이 있으면 안 됐어요. 철종 또한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저는 프로 볼러였기 때문에 볼링에 매진했죠. 프로 테스트 1차 통과 점수가 190점인데 180점까지 내봤습니다. 스플릿2가 나온다면 프로에 도전해도 될 것 같아요."

'스플릿'에 함께 출연하는 이다윗, 정성화와의 볼링 신은 배우들 노력 덕에 어떤 싸움 신보다 격렬했다.

"아무래도 제가 손이 크고 하니까 파워볼을 구사하기 쉬웠어요. 연습할 때 세븐 스트라이크를 쳤다니까요? 그 때 느낌은, 심박수가 막 상승하면서 가슴이 뛰더라고요. 만약 스트라이크를 열 번 연속으로 쳤다면 철종처럼 ‘퍼펙트맨’이 되는건데 말이죠."


이번 영화 속 유지태의 모습은 전작들과는 사뭇 다르다. 따뜻하고 반듯한 이미지 대신 덥수룩한 머리와 거친 수염, 후줄근한 복장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아우라가 빛을 발한다.

"영화를 본 친구들이 섹시하다고 얘기해줘서 개인적으로 기뻤습니다. 영화 속 머리 스타일(호일펌)은 제가 제안했어요.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든 멋스러움이 있어야 해요. 의상팀이 분㎟藪?맞게 잘 준비해 준 덕분이기도 합니다."

철종은 밝고 다소 뻔뻔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둡기도 하다. 마치 해저에 부유하는 상어처럼 말이다.

"굉장히 암울한 캐릭터 였는데 희화시켜 해석했죠. 그게 더 유리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철종의 밑바닥에 슬픔, 방황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지만, 겉으로는 허술하고 껄렁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가볍게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둡기만 했다면 초반에 굉장히 지루했을 거예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최국희 감독이 어떤 레퍼런스를 보고 쓴 것인지,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 차근히 알게됐다.

"막연하게 연기라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자기가 기존에 봐왔던 그림으로 뽑이내죠. 그런 점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죠. 물론 어색할 수밖에 없어요. 배우라면 생경함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는 멜로 배우였고, 영화 '동감'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청춘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올드 보이'를 통해 악한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분명 유지태는 변화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어떤 배우를 봤을 때 통속극의 '웃는' 모습만 떠오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 이미지에 갇히는 것은 싫습니다. 스펙트럼을 넓혀, 좋은 배우의 면모를 가져가고 싶어요."

'스플릿'에는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드라마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이다윗과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정현이 호흡을 맞춘다. 개그맨에서 뮤지컬 배우로 영역을 넓혔다가 영화까지 접수한 정성화도 출연한다.

유지태는 영화 속에서 배우들 간 '앙상블'(조화)이 얼마나 중요한 지 거듭 강조했다. '스플릿' 출연자들이 자주 '술판'을 벌인 이유도 팀워크(유대감)를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배우의 덕목 중 하나가 소통하는 능력이죠. 가장 어린 이다윗부터 시작해 배우들 모두 부단히 노력했어요. 스태프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배우들과 파이팅 하기 위해서 매번 술판을 벌이며 팀워크를 다졌죠. 하하.”


유지태는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해 '주유소 습격사건'(1999), '동감'(2000), '봄날은 간다'(2001), '올드보이'(2003)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지난 8월 종영한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는 이태준 역을 맡아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출연한 영화 '더 테너'와 각본, 연출, 투자까지 해낸 영화 '마이 라띠마'에서는 흥행 쓴맛을 봐야 했다.

"흥행 영화 만들기는 참 어렵죠. '더 테너'는 100억짜리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5만여 관객이 들었을 뿐이죠. '스플릿'을 색깔있는 영화입니다. 현대판 '레인맨'이라고 할까요. 흥행 영화 요소들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어요. 이제 천만 관객만 남은 것 같습니다. 하하"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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