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CJ에는 무슨 일이…사건의 재구성

입력 2016-11-09 14:44  




(강영연 생활경제부 기자) “다음은 CJ그룹이다.”

2012년 말. 검찰 주변에선 다음 정권의 타깃은 CJ그룹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오너도 성치 못할 것이란 루머도 있었다. CJ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을리 없는데 검찰이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이 고대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MB정부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다를 것이란 말이 설득력 있게 퍼졌다.

이 예상은 현실이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CJ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비자금으로 오너가 구속됐다가 최근 어렵게 사면 받았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외압에 의해 내려놓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기업차원에서도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의 먹잇감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4년을 돌아본다.

◆ MB정부때 두배 성장

CJ그룹은 MB정부때 대형 인수합병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온미디어(2009년), 대한통운(2011년) 등이 대표적이다. CJ그룹의 자산 총액은 MB정부 첫해인 2008년 10조 2000억원이었다. 마지막해인 2012년에는 22조 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는 17위에서 14위로 올라섰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MB와 후보 경선을 거「庸?감정이 좋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MB정부와 친한 CJ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CJ그룹의 문화사업은 대중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있다. CJ E&M이 운영하는 케이블채널 tvN의 ‘SNL코리아’는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 등을 풍자하는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코너를 방영했다. 박 후보가 우습게 나오는 풍자 프로그램이었다.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이 방송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일어났다.

이후 개봉된 영화도 박근혜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CJ가 배급한 2012년 개봉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고(故)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검찰 수사로 회장 구속, 청와대 압력에 부회장까지 물러나

결국 소문은 사실이 됐다. 검찰은 2013년 5월 CJ그룹 비자금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그해 7월 이 회장은 구속 수감됐다.이 회장은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서 이곳을 통해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사고 팔았다. 불법으로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얻은 것이 밝혀졌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구속된 후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 김철하 부회장과 함께 그룹경영위원회에서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특히 관심을 둔 것은 한식 세계화 등 문화사업이었다. CJ의 문화사업은 이미경 부회장을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2013년 말부터 청와대는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 손 회장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결국 손 회장은 2013년 7월 임기를 2년 남긴 상황에서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등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을 하던 이 부회장도 2014년 9월께 물러났다. 지병 치료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중국 등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문제보다는 청와대가 내쫓았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YG푸즈 대표를 맡고 있는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도 최근 “CJ그룹에 대한 청와대 외압은 모두 사실”이라며 "당시 그룹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 ‘전주’로 전락…정권 코드 맞추기에 급급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CJ그룹은 ‘노골적’이라는 핀잔을 받을 정도로 정권의 비위 맞추기에 들어간다. 2013년 6월 CJ제일제당은 10대일간지에 ‘더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내보냈다. CJ 계열 방송 채널과 CGV 영화관 등에는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방송 광고가 등장했다. ‘슈퍼스타K’ 등 CJ E&M이 제작한 프로그램에는 ‘CJ가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함께 합니다’라는 자막도 나왔다. CJ E&M의 해외 행사에도 창조경제 관련 광고가 빠지지 않았다.

진보적 색채로 지적 받았던 영화 제작도 달라졌다. 2014년 이후 CJ는 국제시장(2014년), 연평해전(2015년), 인천상륙작전(2016년) 등 애국과 안보 등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청와대는 필요한 일이 있을때 마다 CJ그룹에 연락을 했다. CJ그룹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류콘서트 행사인 케이콘을 연 것도 청와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앞두고 청와대에서 프랑스에서 행사를 할 계획이 없냐고 물었다”며 “사실상 준비하라는 말이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 일정에 맞춰 부랴부랴 케이콘을 준비해 열게됐다”고 말했다. 케이콘을 열기전엔 몇년 동안 시장조사도 거치는 것이 관례지만 프랑스 행사는 몇달만에 준비해서 열었다는 것.

정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K컬쳐밸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초기엔 CJ그룹이 정부로 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최근엔 CJ그룹은 돈을 대는 ‘전주’ 역할만 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컬쳐밸리가 문화창조융합본부사업인데 돈은 CJ그룹이 내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돈은 CJ그룹이 내고 생색은 문화창조융합본부가 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CJ그룹은 이 사업에 총 1조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처음 케이컬쳐밸리 구상될때 책정됐던 1조원보다 40% 늘어난 것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도 빠지지 않았다. CJ그룹은 두 재단에 각각 8억원, 5억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모금을 위해 7대 대기업 총수와 독대를 했을때 손 회장도 이자리에 함께 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최순실과 핵심 측근인 차은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CJ에서 또 어떤 일에 밝혀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지>
=2009년 12월 : 온미디어 인수
=2011년 12월 : 대한통운 인수
=2012년 8월 : CJ E&M 소속 케이블채널 tvN에서 정치 풍자 프로그램 ‘여의도 텔레토비’ 방영
=2012년 9월 : CJ E&M이 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개봉
=2012년 12월 :‘여의도 텔레토비’ 종영
=2013년 2월 : 박근혜 대통령 취임
=2013년 5월 : 검찰, CJ그룹 조사착수
=2013년 6월 : CJ제일제당, 창조경제 응원 광고
=2013년 7월 :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속
=2013년 말 : 청와대, 이미경 CJ 부회장 퇴진 압박
=2014년 9월 : 이 부회장, 그룹 경영서 물러나 미국으로 출국
=2014년 9월 : 이 회장, 2심서 징역 3년 선고받음
=2014년 12월 영화 ‘국제시장’ 개봉
=2015년 2월 : 정부, 차은택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시작
=2015년 6월 : 영화 ‘연평해전’ 개봉
=2015년 12월 : CJ E&M,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대표사업인 ‘K컬처밸리’에 단독 응찰
=2015년 12월 : 이 회장, 파기환송심서 징역 2년6개월로 감형
=2016년 1월 : CJ그룹, K컬처밸리 사업에 1조원대 투자 발표
=2016년 2월 : 박 대통령, CJ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서 축사
=2016년 7월 : 영화 ‘인천상륙작전’ 개봉
=2016년 8월 : 이 회장, 광복절 특별사면

(끝) /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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