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춘 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화제가 된 게 ‘추미애의 입’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마자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사태 초기 “박근혜 대통령이 사교에 봉헌했다”거나, “사이비 교주에게 요설의 자유를 줬다”는 등의 극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지난 19일엔 “꽃다운 생명이 쓰러져가도 주사가 더 좋아 정신이 몽롱해 국정 지휘를 못 한다면 그냥 내려오라”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주름살 가리려 국민은 모르는 백옥주사 맞으신들 그게 무슨 대수겠느냐”며 “최순실 일가의 재산, 이권, 학벌을 챙기고 순실 아버지 최태민의 은혜와 우주의 기운만 받는데 몰두하는데 지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말도 했다. 당내 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층에서는 “추 대표가 뭘 했나? 민주화운동을 했나? 산업화에 기여했나? 그저 고시공부해서 판사를 했던 사람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그의 막말행진은 거침이 없다.
뭐, 좋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은 점을 감안한 야당 대표의 발언으론 적합할 수 있다고 치자. 여기서 추 대표의 렇뼈?따지자는 게 아니다. 추 대표는 사건 초기 제법 그럴듯한 말을 만들었다. 이른바 ‘최순실의 부역자’다.
최순실의 부역자는 많다. 안종범 전 수석과 문고리 3인방. 그리고 야당의 주장대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인사들. 하지만 이뿐이 아니다. 금융계에서도 이른바 최순실의 부역자 논란은 계속된다. 대표적인 게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임종룡 위원장과 이동걸 회장이 최순실의 부역자라니? 말도 안되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럴 개연성을 두고 얘기한다. 다름아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두고서다. 두 사람은 초지일관 원칙을 얘기했다. 한진해운 처리를 두고서다. 자구노력과 오너의 책임이 없는 한 추가 지원은 없다는 명백한 논리를 전개했다. 그 결과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한진해운보다 한수 아래였던 현대상선은 멋지게 살아났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할말이 있다. 진짜 다행스럽게도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고가에 팔았다. 스스로 필요자금을 마련한 만큼 채권단의 요구를 충족했다. 한진해운은 달랐다. 오너의 자구노력이 없었다. 이런 논리로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퇴출을 결정했다. 참 원칙적이다.
최순실이란 비선실세가 드러나자 채권단의 이런 논리는 제법 침식당하기 시작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이 최순실에 밉보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쫓겨났고, 한진해운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2014년 일어났던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어진 것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을 덮기위한 정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하 ?있다. 이때부터 한진그룹은 정권에 찍혀 결국 국내 최고의 한진해운을 포기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한진해운 퇴출에 앞장섰던 임종룡과 이동걸은 최순실의 부역자가 된다.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건 몰랐건, 그의 의도를 실행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래, 아닐 것이다. 이들이 의도적으로 한진해운을 퇴출시키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게 믿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임종룡과 이동걸은 도의적 책임을 지는게 마땅하다.
왜냐고? 임종룡은 금융위원장으로서 한 게 없다. 조선 해운사업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지만, 한진해운 퇴출이 고작이다. 조선업종 구조조정은 결국 다음 정권으로 넘겼다. 수만명이 해고되면 사회문제가 된다는게 금융위의 논리다. 다음 정권에선 수만명을 해고하지 않고, 순조롭게 구조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희망이 깔려 있다. 이런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됐다니, 우리나라 관료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위기 국면을 책임졌던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이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비교해서는 택도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경제부총리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 채, 끈 떨어진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인사명령을 최근까지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아무리 영혼없는 관료라지만, 주변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에선 과연 이 나라 경제와 금융을 책임질 수 있느냐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동걸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낙하산이다. 신한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장·차관을 지낸 사람이 맡던 산 汰뵉?회장으로 온 것 자체가 그렇다. 그 스스로 낙하산이라 인정했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 캠프에 몸담으면서 ‘금융인의 박근혜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인정받았는지 모르지만, 자가발전한 것 만은 분명하다) KB금융지주 회장에도 도전했고, 결국 산업은행 회장이 됐다.
그가 회장이 될 때 ‘영남대 인맥이 작용했다’거나, ‘문고리 3인방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만이 알 수 있지만, 누군가 실력자가 힘을 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러 정황상.
안종범은 구속됐다. 최상목 재경부 1차관도 최순실 공소장에 이름이 올랐다. 둘은 이구동성으로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다. 이들이 그럴진대, 임종룡과 이동걸이 최순실을 알았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그저 나랏님의 뜻이려니’ 하고, 뭔가를 수행했다고 보는게 맞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도덕적 책임까지 용인되는 건 아니다. 조선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을 어지럽히고, 우리 경제의 앞날을 도무지 짐작도 못하게 한 것 만으로도 두 사람은 그만 두는게 맞다. 그게 도덕적이다. (끝) /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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