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유주의 헌법 회복에 기업이 나서야

입력 2016-11-22 17:41  

반기업 풍토에 질식하는 자유·시장
기적 일군 기업들 뚜렷한 쇠락 증세
경제민주화 헌법 개정에 앞장서야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



이른바 ‘87 체제’ 개막 이후 한국은 두 개의 상충하는 경제적 헌법질서를 갖게 됐다. 헌법 제119조 1항은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는 ‘자유시장경제’ 조항이다. 2항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제1항은 대한민국 경제의 기본질서를 명시하고 2항은 자유시장경제 질서 아래에서 시장과 경제력의 방만을 견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조항 간의 선후(先後)·주종(主從) 관계는 명백하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은 경제적 자유를 기본질서로 하고 경제민주화란 이로써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간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행태가 이뤄져왔다. 2항을 빌미로 정치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의 상대적 결핍과 소외감을 부추겨 강자 대 약자로 대립시켰다. 그리하여 수많은 헌법상 권리를 만들어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소한 이익에도 결사반대와 극한투쟁을 외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포퓰리즘 선동정치가 성공해 국회에서는 반(反)시장, 반기업, 반자유 정서가 지배적이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요소인 자유와 책임은 한국의 헌법·정치에서 질식한 상태가 됐다.

우리 국민이 자유민주주의 헌정에서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민주’에만 기우는 이유는 과거 국가 수립 과정에서 자유는 공짜로 얻었지만 민주화 과정에서는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투쟁과 희생 없는 ‘공짜 자유민주주의’란 성립할 수 없다. 우리는 그간 자유를 포기한 대가를 피를 흘리며 치러야 할 때가 도래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난 반세기 극적 성장을 이뤄 세계적 경제 강국이 되고 삼성·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말 그대로 ‘한때의 기적’인 것처럼, 최근 한국 대기업들은 눈에 띄게 몰락 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같이 반기업, 반시장 정서가 드센 땅에선 기업들이 언젠가는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연적 이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국가가 자유를 천대한 대가를 우리 국민은 이미 기업의 쇠퇴와 실업의 고통으로 치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문제는 반기업·반자유와의 싸움에 선봉에 나서야 할 자가 제일 비겁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탄생과 발전은 봉건적 권력 소유자에 대한 자산가계급의 도전(挑戰)으로 이뤄졌다. 기업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최대 수혜자이며 사업을 통해 국리와 민복을 창출할 사회적 책임을 진다. 반기업적 풍토 때문에 이 소명(召命)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런 경제사회 풍토를 불러온 책임 역시 기업이 져야 한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대중매체 광고, 정치인 후원, 사회단체 지원, 기타 많은 활동을 통해 뜻만 있다면 사회의 정치세력과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그러나 이들은 끌려가기를 선택해 정부·권력, 좌파적 언론·문화·시민단체에 굴복하고 게다가 부역(附逆)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파의 눈치를 봐 자신들의 우군인 자유주의 투쟁자들은 외면해왔다.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리지 않은 결과 한국인은 선진 세계 최악의 반기업, 반자유주의 성향을 갖게 됐고, 기업들은 ‘최순실 사태’처럼 정권세력에 무단히 돈을 뜯기고 범죄자처럼 치욕을 당하는 신세까지 된 것이다.

이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이념과 정당을 명백히 밝히고 피를 흘리며 전쟁터에 나갈 각오를 할 때 한국의 정치도, 기업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정치권은 개헌과 대선정국에 다시 몰입할 것이다. 이번에 기업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명백히 밝히고, 경제민주화 헌법의 개정 투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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