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의 해양강국' 꿈은 가고 왕따 신세(1)

입력 2016-11-28 10:00   수정 2016-11-29 09:55



(편집자 주-해운업계 원로 정남돈 선생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본지 기자에 보내온 글입니다. 정남돈 선생은 1990년 조양상선이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항로를 개척할 때 개발팀장을 맡아 활약했고, 이후 세양선박 대표 등을 지냈습니다. 모바일한경은 앞으로 정 선생이 보내온 해운업 관련 기고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서언

비극이다, 비극. 오늘 드디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을 한다고 한다. 엉터리 대우조선 수뇌부와 국책은행이 그렇게 부실을 저질러도 그대로 두고. 쌓인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나라 살림을 어지럽게 하는 데도 계속 거금의 생돈을 더 부으며 살아남는데, 한진해운은 경영진의 태도에 마치 괘씸죄 같은 취급을 받아 최악의 파행으로 가 버린 형국이다. 이 산업의 트렌드와 사정을 설명도 전연 못하고 실무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채권단과 서로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불신의 늪으로 싸여 세계 7위의 메이저 선사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요, 결코 감정대로 처리하면 우리의 미래경제는 봉쇄돼 재생 불능이 된다.

해운기능은 이 섬나라 한반도의 외나무 다리인 연결고리이자, 경제 대들보이다. 좋지 않은 예상이지만 지금부터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거의 97척이 저지르는 바다와 항구에서의 압류 파노라마는 이 나라 이미지를 먹칠하는데 멋진 드라마로 세상에 일조할 것이다. 5대양 6대주에서 그 컨테이너만 보면 든든하게 국가의 자부심 느꼈던 시절이 가고, 그 속에 60만개나 넘는 한진 컨테이너를 기다리는 주인들이 바닷가에서 둥둥. 법정에서 꼬리를 물고 투쟁의 아우성이 칠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욕설을 얻어먹을 것이다. 일본의 벌크선사 ‘산꼬 라인’은 두 번이나 부도가 났는데도 일본 정부는 조용히 빚을 전부 정리하고 끝을 맺었다. 청산할 때까지도 잘 몰랐다가 정답이다. 이게 우리와 차이이다. 무슨 자랑이라고 은행이 앞에 나서 잘했니 하고 언론에 퍼뜨리나.

국제 상거래에서 돈을 떼먹는 것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시에라리온의 흑인들, 북한 정도 국가뿐 이다. 예전 US 라인이 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대우조선에서 6척을 건조해 운항하다 대량운송 시스템도 확립하지 않은 채, 국제운송룰 적응 미비(환적 불허)로 파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이 세계에서 제일 크고 제일 시끄러운 상거래 폭력 사건이다. 그 다음이 조양상선을 파산 시킨 것이다. 이런 결정이 얼마나 국가 신뢰에 치명적인 실수와 나쁜 이미지를 만드는지 두고두고 알게 될 것이다. 가히 엽전의 비애를 이 세계를 진짜 모르는 자만이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이미지는 파산으로 좋아지지 않았고 그들은 우리를 몰락·견제시켜 15년 동안 그들은 바다에서 이익을 잘 챙겼다. 이제 한진해운을 제물로 삼았다.

사실 해운은

- 첫째, 아주 보수적인 집단이 사는 동네이다. 수많은 컨테이너가 움직여도 운임을 외부에 드러내 놓지 않고, 많?숫자의 컨테이너를 Off Line으로 흥정하며 정한다.(계약된 것은 제외) 그만큼 큰돈이 움직이므로 돈에 관한 상대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고는 개방하지 않으며, 전부 선불 거래이다. 즉 컨테이너가 배에 선적되기 전에 운임을 선불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 둘째, 해운은 금융을 만든 주체다. 주식도 은행도 전부 해운회사 때문에 나왔다. 왜냐하면 거금이 통용되는 순간이 출항 전 일어나므로, 대형 은행이 부둣가 선박 옆에서 선장이 직접운임을 선불로 받다가(잘 되니까) 은행으로 변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은행이 해운기업 위에 장기간 군림하고 갑질을 하고 있다. 조상의 능력을 무시하고 있다.

- 셋째, 3대 머니 메이커가 지금도 영국에서는 존재한다. 보험과 은행과 해운회사에 근무하는 자들은 전셋집 구하기가 쉽다. 그만큼 우대하는 ‘돈봉투 직원’이어서다.

그렇게 대우 받으며 살아온 그들의 자존심은 크다. 부도가 나 선박을 팔면 선원까지 실망하여 바다로 뛰어들고 심지어는 화가 나면 선박을 바다로 수장시켜 같이 운명을 같이 한다.

1998년 초 조양상선의 선박이 파산을 맞아, 세계 곳곳에 압류되었을 때 대서양 부두부터 아라비아반도 사막 부두까지, 망연자실하며 선원들은 곳곳에서 울음으로 통한의 나날을 보내고, 그들을 설득시켜 한국으로 데려올 때까지 회사도 고생하고 그들도 좌절 방황하며 마음을 추스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죄인처럼 살았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한국에서... 우리 경제인들과 정치인들은 정녕 해운을 모르는 것이 맞다. 한마디로 엽전 공무원이나 정책관리자들은 유달리 무지하다. 해양 불꽃 파노라마가 아니라 선박 압류 파노라마도 예상 못構? 그것도 한· 두 척이 아닌 100 여척이나 되는 선박을 한꺼번에 동시에... 오늘 67척이 멈추었다고 한다. 항구를 마비시키고 엄청난 국고 손실을 매시간 하고 있다. 시간당 수십억 원을 공중에 버리고 있다.

경제학에는 돈을 주고받는 것만 아니다. 그 속에는 돈을 상대에 주게 하고, 또 되레 받게 하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해운도 그런 것이다.

다시는 이런 원양선사를 우리 힘으로 가질 수도,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가 태동 때부터 조선 우센(우편)으로 시작해 대한 해운공사 대한선주 그리고 한진해운의 긴 역사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진정으로 이를 키우고자 악착스레 애쓴 애국적인 전사들이다. 초창기였으니까 애국심으로 세우자고 공감하였다. 그런데 실컷 모았는데 우리 배는 35척 뿐이다. 너무나 구차하고 의지할 때 없으니 용선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다. 우선 우리 화물이 미어지게 들어오니 선복 증가는 반사적이었다.

그래서 이 법정관리 결정은 결코 바람직한 경제정책이 아니라고 필자는 단호히 말하고 싶다. 이는 한진해운을 묶은 것이 아니라 컨소시엄에 가입한 회원 선사들의 영업 컨테이너도 묶었으니 그들도 법정관리처럼 묶여 처신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컨소시엄 운항선대는 합의 없이 자기 마음대로 하면, 발생하는 물리적 도덕적 비용 및 금전적 손해를 다 물어야 한다. 이는 지구가 큰 것 같아도 모두 거래처를 가까이서 거래하는 단골, 이웃 같은 존재들이다. 특히 용선 중 운항 파트너와 용선 파트너들 덕택으로, 그들이 조선수주를 일으키고 용선을 만들며 우리 조선을 도왔다. 거의 한국에서 지은 배들이다. 이번 결정은 평소 때 수많은 선량한 친구 같은 채권자나 가까운 국제 비즈니스 파트너를 코너로 몰아넣는 아주 야속하고 비정한 행동이다. 등에다 칼을 꽂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아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 마피아 같은 행동은 결코 피해야 한다. 이 영향은 미래의 한국 이미지에(그런 이미지가 대만의 한 기업가 때문에 팽배하다)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도 영악성이 정평이 나 있다. 무지한 공무원 때문에 아무 전략도 없이 영악 성만 부려 선전하고 다닌 결과다. 한진해운에 돈을 공급하면 외국으로 다 간다고... 왜 이런 말을 정부 책임자가 함부로 지껄일까? 이런 서툰 일들이 조기부터 반감을 싸도록 조장을 하는 것이다. 외국 카우보이들이 현미경처럼 보고 있는데. 작전도 없는 자가 불쑥 내민 말이 외부 마피아들이 우리의 금융 신뢰를 저울질한다.

우리도 알다시피 경제적 덩치가 세계에서 10위 내로 커졌으므로 국격이 있어야 대우 받는다. 자칫 잘못하면 손실도 커지고 부채도 증가한다. 대형 선사에서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그 덩치에 걸맞게 또한 커진다. 또 벌기 시작하면 크게 버는 격이다. 그렇게 주고받으며 신용거래로 공생하는 것이다. 미국이 거느리는 연합군도(Allied Force) 여러 나라와 공생으로, 합동·합세하여 나치도 일본군도 무너뜨리고 처벌했다. 평소 때의 우호적인 국가관계는 전쟁 때 그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한국도 미국과 신뢰로 유엔군이 싸운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상황에서 몇 개의 원양선사가 있어야 하느냐는 것은 우리 국가의 경제능력과 그 덩치와 세계 속에 역할은 물론, 신뢰 있는 상업적 도덕성이 더 필요한 것이다(대만은 2개 + 알파 의 큰 해운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2개 원양선사는 결코 많은 게 아니다. 그런데 무슨 구조조정 말이 떠도는가?).

문제는 경제역량 유무 여부이다, 그것이 이자율과 컨트리 리스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드는 기초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올라가 국가의 위상에 도움이 되어왔다. 더구나 상품수출 국가이니까 더 품위(격)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우리 해운계는 지난날의 어렵던 시절을 반전하고자 ‘대한민국’을 외치며 달음박질하고 있지만, 아직 저변이 확대되지 않아 실수가 많은 것 같다. 많은 한국 해외 지사 직원들은 사실 사생활과 가정생활을 희생하며 그들 직장에 매진하고 있으며, 노동시간도 타 OECD 선진국에 비해 장시간 노력하고 있는 데도 우리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외 해운인과 선원들은 거의 회사에 휴일도 없이 운항업무에 종속되어 일한다. 퇴직하면 연금도 없는 오지 직업군이다. 그래도 선원과 다른 좋은 조건의 한국 해운사 육상 직원들은 악착같이 일한다. 서로를 위로 하며... 이러한 성장 동력이 될 기반을 먼저 싹을 자르면(파산 시키면) 경제의 하강 현상은 당연한 거다. 지금 재촉하고 있다. 대들보를 날렸으니, 아마도 IMF때 보다 더 큰 파도가 해운산업 및 경제계에 올 거라 추측된다. 8조의 운임을 빼앗겼으니 충분한 각오를 해야 하고, 그 효과를 무시한 우리 경제팀은 부메랑을 받을 거다.

문제는 지금 무슨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것이다. 물류 흐름은 조용하고, 최소 6개월 ~1년 후가 되어야 국가 경제나 선사 통계가 물류통계를 보고되며, 성장여부가 파악되는 것이다. 지금 한진 해운의 화물이 얼마나 빼앗겼는지 외국 선사들이 입 닫으면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물류가 겁나는 것이요.. 구글의 세금이나 미국 회사들의 해외 세금들이 이렇게 빠져 나가는 것이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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