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DSR 대출규제, 일본식 주택시장 붕괴 우려된다

입력 2016-11-29 17:54  

8·25→11·3→11·24대책으로 강도 더해지는 부동산 규제
임박한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 겹쳐 '냉기' 확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임대주택 활성화 등 필요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 대한부동산학회장 >



규제에 얼어붙는 부동산시장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활활 타오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최근 2주 연속 하락세고, 강북권도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 들어 연이은 시장 규제의 충격이 큰 탓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은 ‘시장 정상화 대책’으로 시작됐다. 집권 3년9개월간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대책을 22번이나 내놨다. 대부분은 주택시장을 살리는 규제완화 대책이었다. 주택시장을 규제하던 정책들을 완화하거나 폐지해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 시행한 부동산 3법(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2017년 말까지 연장, 정비사업으로 늘어나는 주택을 3주택까지 분양 허용) 이후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경기가 좋을 때 보유 택지에 아파트를 공급하자고 나서면서 인기 지역은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서울 강남의 30년 된 국민주택 규모(85㎡)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13억원을 호가하는 등 과열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다시 시장 규제에 나선 배경이다.

그 첫 번째가 8·25 대책이다. 8·25 대책은 정부가 더 이상 택지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간택지를 공급하는 건설사는 사전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심사를 받도록 해 택지 공급과 주택 공급을 동시에 조절하기로 했다. 8·25 대책의 배경에는 주택 공급 물량이 너무 많다는 인식이 있었다.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3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분양승인(보증)을 받고 분양하도록 했는데 2015년도 분양승인 물량이 40만가구를 헤아렸다. 30가구 이하 공동주택(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등 비(非)아파트 부문을 포함하면 한 해 주택 공급 물량이 52만5000가구나 됐다.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인허가를 받은 물량도 76만5000가구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8·25 대책은 집단대출 등 대출을 규제하겠다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집단대출이 증가하고 집단대출 증가는 곧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열기에 놀라 '규제 카드'

문제는 주택 공급 물량 증가와 함께 많은 가구가 동시에 입주하면 전·월세가격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하락하는 시장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국내 금리가 동반 인상되면 서민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며 ‘깡통 아파트’가 속출할 수 있다.

한국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공급된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2018년까지 누계 입주 물량은 역대 최대인 100만가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래서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완화에서 규제강화로 돌아선 것이다. 사실 정부는 8·25 대책을 가계부채 완화 대책이라고 했지만 그 내용은 공급 조절 대책이라고 봐야 한다. 주택 공급량을 줄이면 자연히 가계부채도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257조원을 헤아린다. 또 올 연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130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이 1295조8000억원을 기록, 전 분기 대비 38조2000억원(3.0%) 증가했고 이는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인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규제완화 분위기를 타고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미분양 속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과 대구, 울산, 부산, 세종시 등 지방까지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고 투기 수요까지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 억제 대책으로 11·3 대책이 나왔다. 청약시장 규제 강화로 가수요를 줄이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방위적인 분양권 전매 금지를 특징으로 한다. 그동안 서울·수도권 지역만 분양권 전매를 6개월로 규제했는데 강남 4구와 과천 등 일부 지역은 등기 때까지 전매할 수 없도록 하고 부산 등 지방까지도 讀┎求?것이다.

여기에 8·25 후속 조치로 주택담보대출 시 분할상환 관행 정착과 선진형 상환능력심사체계 확립 등을 골자로 하는 11·24 대책까지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내년 1월1일 이후 분양 공고하는 신규 아파트 사업장의 집단대출(잔금 대출)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분할상환제를 시행한다. 내년 1분기에는 상호금융·새마을금고의 주택담보대출 등에도 은행처럼 분할상환 원칙을 도입한다. 여기에 대출심사와 사후관리에 활용하는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를 12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전방위적 금융 제재다.

일정 부분 가수요 인정해야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 부분은 DSR이다. 부동산시장은 어느 정도 가수요가 있어야 원활하게 돌아간다. DSR을 강화해 시행하면 주택을 공급받으려는 사람은 모든 자산과 부채를 감안한 상환능력부터 따져봐야 한다. 물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까지도 합산된다. 그러면 가수요는 사라진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주택 보급률 103.5%에 자가주택 보유율 58%, 자가주택 점유율 53.6%로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었는데도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이 42%나 된다. 이 사람들은 결국 가수요가 보유하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충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수요인 민간 임대주택자가 주택을 공급해 해결하고 있다. 시장에 가수요가 사라지면 무주택자, 실수요자는 주택을 공급받기 쉬워지지만 모두가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정 부분의 가수요는 정부가 인정하고 가야 한다.

지역?맞춤형 정책 펼쳐야

겨울철 비수기에 접어들어 지금은 판단할 수 없지만 미국 금리 인상이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주택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융 규제로 부동산시장을 잡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의 원인이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내놓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였음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왜 올랐는지 그 원인부터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은 2015년 1월 부동산 3법이 통과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2017년 말까지만 연장했기 때문에 모든 단지가 그 이전에 재건축을 추진해야만 세금을 피할 수 있어 과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모든 도심지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참에 이 법을 폐지해 여유를 갖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입주 물량 과다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데 정부는 대출 규제로 가수요를 줄이기 이전에 이런 주택을 리츠나 펀드 모집 등으로 구입해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 대한부동산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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