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민영화 날개' 우리은행, 미래 금융 이끌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난다

입력 2016-12-01 16:14  

한국 금융사 선도해 온 우리은행

민족자본으로 세운 1호 은행
117년 전 '대한천일은행' 설립 "민족자본 육성, 국가경제 발전"
시중은행 첫 예금 100억 돌파

'4전5기'로 성공한 민영화
자회사 매각으로 불리한 경쟁, 이젠 공격적인 경영 가능해져
자본건전성 불이익 개선 기대

인터넷 금융 '퍼스트 무버'로
위비뱅크로 모바일금융 선도, 무방문·무서류·무담보 대출
일본·브라질 등 8개국



[ 서욱진 기자 ] 우리은행은 117년 전인 1899년 1월30일 대한제국의 황실 자본과 조선상인이 중심이 돼 대한천일은행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대한제국 하늘 아래 첫째 가는 은행’이란 뜻인 대한천일은행은 한국 역사상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최초의 은행과 주식회사로 기록됐다. 이 은행은 ‘돈을 원활하게 융통하는 것이 국가 발전의 근본’이란 창립 이념에 따라 민족자본 육성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을 목표로 했다. 그 우리은행이 이제 민영화를 통해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한국 금융사를 이끈 리딩뱅크

우리은행은 1950년대 후반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금융회사에 직원을 파견해 새로운 금융 업무를 도입했다. 1954년 회계기, 출납기 등을 도입하는 등 업무 기계화를 적극 추진했다. 1959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여성을 위한 은행 영업점인 ‘숙녀금고’를 개설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계획에 발맞춰 ‘예금제일주의’를 내걸고 강력한 저축운동을 전개했다. 우리은행은 1965년 6월 시중은행 최초로 예금잔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신종 예금상품 출시로 저축 증대 운동에 앞장섰다. 또 1960년대 경공업을 육성하자는 국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1967년 중소기업금융부를 신설했다. 1967년 시중은행 최초로 외국환 업무를 시작해 기업의 수출입, 외환, 무역금융 등을 지원했다.

우리은행은 2015년 한국 최초로 해외 상장 은행을 인수해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을 출범시켰다. 캄보디아 소액대출회사인 말리스를 인수해 현지 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도 국가별 금융환경 특성을 고려한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25개국에 진출해 237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5월 필리핀 저축은행을 인수했고, 11월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출범시켜 본격적으로 리테일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의 기존 현지법인도 자체 네트워크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현지법인 전환과 유럽연합(EU) 지역의 독일 현지법인, 폴란드 사무소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미 지역의 멕시코 현지법인 신설도 진행하고 있다.

민영화로 새 전기 마련

우리은행은 네 번의 민영화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4월 설립된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상업+한일은행, 현 우리은행)과 평화·경남·광주은행 등을 묶어 만들었다.

이후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2010년 10월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침을 발표하고 주식 매각을 추진했다. 2013년까지 네 차례나 매각 공고를 냈지만 경남·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만 매각했을 뿐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팔지 못 했다. 우리은행은 경영권 매각에서 과점주주 매각으로 방식을 변경하고 나서야 이번에 지분 30%를 파는 데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자회사들을 매각하면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과 증권 보험을 결합한 복합 상품과 점포 등이 쏟아질 때도 우리은행은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어 애를 먹었다.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은행과 증권을 융합시킨 유니버설 뱅킹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때도 우리은행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보가 최대주주로 있어 경영 감시는 물론이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는 상황이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은 꿈도 못 꿨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자본건전성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우리은행의 지난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55%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치 14%에 못 미쳤다. 우리은행은 위험자산이 많은 우리카드 등 계열사를 직접 거느리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 아래에 있는 신한·국민·KEB하나은행 등에 비해 BIS 비율이 낮았다.

우리은행은 9월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BIS 비율을 14.20%로 맞출 수 있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이 같은 자본건전성 불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합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

우리은행의 종합플랫폼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의 모바일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는 간편송금과 모바일대출, 음악·게임서비스, 여행자·레저보험, 환전 등 핀테크(금융+기술)를 활용해 국내 모바일 금융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각종 사업증빙 및 재무자료를 가지고 은행 영업점에서만 대출할 수 있었던 개인사업자 대출을 금융권 처음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심사를 적용해 무방문, 무서류, 무담보로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영업실적과 사업자정보를 자동으로 반영하는 스크래핑 기술을 모바일 기반으로 구현했다. 전국 카드가맹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성 평가를 소호 대출심사에 반영했다.

올 들어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과 위비클럽, 우리은행 및 카드 통합 고객우대제도인 위비멤버스, 계열사인 우리카드의 위비마켓까지 오픈해 생활밀착형 통합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난 9월엔 톡톡매거진과 인포그래픽을 오픈해 최신 트렌드, 재테크, 상식, 북리뷰, 뉴스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맛집, 부동산정보, 여행, 웹툰, 건강 등 생활 정보는 위비톡에서 받아볼 수 있다.

위비플랫폼은 ‘내손안의 은행’을 뛰어넘어 스마트폰을 통해 생활과 금융을 연결시키는 종합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홍콩, 일본, 브라질 등 8개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퍼스트 무버 정신과 성공적인 민영화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고 인터넷 금융을 선도하는 은행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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