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사막의 별' 두바이…첨단과 전통 두 얼굴을 보다

입력 2016-12-04 17:17   수정 2016-12-04 17:21

'꿈의 왕국' 그리고 올드 두바이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한 날을 기억한다. 바다 속에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경이로운 경험에 비교할 만한 것이 두바이다. 두바이 여행을 하면서 느릿하게 걷는 줄 알았던 낙타가 말처럼 겅중겅중 잘 뛰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향나무 향기가 녹아든 아랍 향수의 근사함, 빙글빙글 도는 사막 남자의 전통춤 신비, 아바야(검은 망토 모양의 의상)에 숨은 여인의 아름다움도 깨달았다. ‘아랍’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열어준 계기는 바로 두바이 여행이었다.

두바이를 발전시킨 지도자의 꿈

두바이는 ‘아랍의 문’으로도 불린다. 매혹적인 아랍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혹자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를 워싱턴, 두바이는 뉴욕이라고 비교한다.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사막이 신천지로 바뀐 두바이의 화려함 뒤에는 미와 예술을 숭배하고,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려는 통치자의 철학이 숨어 있다.

두바이의 역사는 아부다비에서 독립한 ‘셰이크 막툼 빈 부티 알 막툼’이 부족민 800여명을 이끌고 이주한 1833년부터다. 200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두바이가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알 막툼가(家)의 지도력 덕분이다. 과거 두바이 사람들은 어업에 기반을 둔 생활을 했다. 1930년대 이전까지 두바이의 산업은 진주를 채취해 수출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진주잡이를 하면서 인근 국가와 물물교환을 하고, 중개무역을 했다.

제7대 지도자 셰이크 사에드는 산업의 다양화, 항구와 시장구조의 선진화를 추구했다. 그의 집권 기간에 두바이는 현대식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인구가 3배가량 늘었다. 제10대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를 지상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을 더 진취적이고 창의적으로 발전시켰다. 자금력은 두바이를 탈바꿈시킨 원동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돈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낳지 못한다. 셰이크 모하메드의 든든한 후원 아래 2000명이 넘는 두바이의 싱크탱크는 두바이를 위해 기막힌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이는 곧 현실이 됐다.

찬란한 현재에 가려진 과거를 보다

범선 모양의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 ‘팜 주메이라’, 높이 829.8m의 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와 같은 구조물은 두바이를 세계적인 여행지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 때문에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 크리크(Creek) 주변의 올드 두바이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못했다. 1970년대 형성된 올드 두바이는 화장기 없는 두바이의 과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그늘 하나 없는 쨍쨍한 날, 전통시장의 골목을 누비고 딱딱한 돌바닥을 걷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너무도 현대화된 두바이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보고 나면 모든 것이 최첨단이라고만 여겼던 두바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뀔지 모른다.

두바이는 일종의 운하인 크리크를 중심으로 과거의 주거지역이던 동쪽의 데이라(Deira)와 서쪽의 부르 두바이(Bur Dubai)로 나뉜다. 그중에서 부르 두바이는 알 파히디 역사지구(Al Fahidi Historical District)와 인도·필리핀 커뮤니티인 알 카라마(Al Karama)가 있어서 매우 이색적인 곳이다. 외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지로 예전에는 ‘바스타키아’로 불렸다.

두바이=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원래 1900년대 이란(페르시아)에서 이주해 온 상인들이 살던 지역이었다. 예전에는 떠들썩했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고 골목은 평화롭게 변했다. 언뜻 보면 사람도 별로 없고 비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골목의 구석구석에 카페, 박물관, 공예품점, 아트 갤러리, 전통을 살린 부티크 호텔이 숨어 있다. 시간이 있다면 천천히, 공들여 걸어 다닐 만하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의 시작점은 셰이크 모하메드 문화체험센터(cultures.ae)다. 현지인들의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친근하고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1988년에 설립된 기관이다. SMCCU에서 운영하는 가이드 투어에 참여해 모스크(이슬람교의 예배당), 두바이 박물관 등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 두바이의 과거와 현재가 보인다. 전통 아랍 음식을 맛보거나 아랍어를 배울 수도 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가는 아랍 문화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바이에 온 여행객이라면 아랍 세계의 여러 가지 차나 음식을 맛보는 것은 필수다. 미술을 후원하는 알 사칼 재단의 메이크 카페 갤러리(MAKE cafe&gallery)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이곳 입구에 있는 전통 레스토랑에선 낙타버거(Camburger)를 판다. 낙타버거는 낙타고기 패티와 직접 구운 전통 발효 빵을 이용해 만든다. 이 밖에 대추와는 전혀 다른 맛을 가진 대추야자와 함께 향기로운 아라비카 커피를 맛보는 것도 좋다.

운하 주변에서 전통시장 탐방

크리크 주변은 중개무역지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부르 두바이 지구에 있는 아브라 스테이션에서 전통배 아브라(수상택시)를 타면 건너편 데이라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아브라는 두 지구를 연결하는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두바이에서 단돈 1디르함(한화 약 320원)에 체험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아브라에 오르기 전 근처의 올드수크(텍스타일 수크라고도 부른다)를 먼저 돌아봤다. 상인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흥정하다 보면 질 좋은 캐시미어 제품이나 스카프, 가죽신발, 카펫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올드수크 외에도 잡화를 취급하는 도구 시장(Utensils Souk)이나 침구 시장(Mattress Souk), 각종 향신료와 건과를 판매하는 향신료 시장(Spice Souk),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금시장(Gold Souk)이 자리한다.

아브라를 타고 크리크를 가로지른 관광객들이 향하는 곳은 대부분 금시장인 ‘골드 수크’다. 금의 도시(City of Gold)라는 간판이 입구에 걸려 있으며 300m 길이의 아케이드 양 옆으로 750여개의 상점이 모여 있다. 금시장은 1930년대에 개장해 1970년대 이후 더욱 확장돼 지금에 이르렀다. 매일 달라지는 금 가격이 공시되며 다양한 디자인의 화려한 장신구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워낙 많은 제품이 있어서 짧은 시간 동안 관광객이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 관광지를 구경하듯 한 바퀴 돌고 나서 바로 근처의 스파이크 수크로 갔다.

스파이크 수크에선 세상의 모든 향수와 향신료를 다 모아둔 것처럼 압도적인 향기가 짙게 풍겼다. 이름도 생소한 바닐라빈, 커민, 카다멈, 클로브, 샤프란 등의 각종 향신료 외에 아랍 향수의 주원료인 오드오일, 나쁜 냄새를 제거하는 바쿠르(bakhoor), 작고 예쁜 병에 담긴 아랍 향수 등을 구할 수 있다.

아랍 전통 건물에서 하룻밤을

아랍 전통 건물의 특징 중 하나가 마즐리스(Majlis)라 불리는 거실이다. 바닥에 카펫을 깔고 벽 쪽으로 기댈 수 있게 쿠션이 많이 놓인 넓은 방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 안건을 논의하고 소식을 교환하거나 손님을 맞았던 응접 공간으로 쓰였다. 난로에 커피나 차를 끓여서 대접할 수 있다. 마즐리스는 현대식 건물에도 영향을 끼쳤다. 현지인의 집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30~40명이 족히 앉을 수 있는 거대한 거실이 있어서 놀랐다. 이런 것이 두 개나 있었다. 여성들은 여성들만의 마즐리스가 있다.

또 다른 아랍 전통 건물의 특징은 무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한 바질(Bbarjeel)이다. 영어로는 윈드 타워(Wind Tower)라고 부르는 것으로 사막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 고안해낸 자연 에어컨이다. 뜨거운 공기가 바질의 윗부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온도가 떨어진 후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의 건물이나 현대적인 아랍식 건물에서 바질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바질은 두바이를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가 됐다. 스타벅스에서 도시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만드는 머그잔에서도 볼 수 있다.

겉모습만 보면 두바이는 화려하다. 두바이는 인류의 상상을 초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자본력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의 모습 이면에는 그들의 꿈과 진심이 있다. 또한 베두인 문화와 전통을 잊지 않은, 오직 국가의 번영이 관건이던 지도자가 큰 역할을 했다. 눈부실 것만 같던 두바이 여행의 마지막엔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졌다. 짧은 역사와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하나하나 꿈을 이뤄냈다. 이제는 그 꿈이 하늘에 닿아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닐까. 여행 중에서 목격한 현지인들의 꿈과 진심은 오래도록 마음을 울렸다.

두바이=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여행 팁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로 가는 항공편은 에미레이트항공,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한다. 갈 때는 9시간30분, 올 때는 8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공항버스를 24시간, 30분에 한 대씩 운영한다. 지하철, 모노레일, 트램, 버스 등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크리크를 건널 때는 아브라(abra)라는 수상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택시 기본요금은 25디르함(약 8000원)부터이며 공항에서 호텔 이동 시 택시를 타는 것이 가장 편하다. 두바이는 국토의 98%가 사막이다. 여름엔 매우 덥지만 가을과 봄 기온은 약 25~35도 정도다. 관광지 대부분은 에어컨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므로 아주 뜨거운 한여름을 피한다면 여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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