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9)] "먼 거리 퍼팅은 칩샷 하듯 왼발 열고 공은 오른발 쪽에"

입력 2016-12-09 17:39  

'래그 퍼팅'을 아시나요?

뒤땅치기·헤드업 실수 줄고 거리감·방향성 모두 좋아져
3퍼트 실수 줄이려면 아무리 멀어도 발자국 세야



롱 퍼팅을 연습해라. 20m짜리도 해라. 프로 테스트를 준비하던 나에게 사부가 한 조언이다. 넙죽 ‘네’라고 답은 했지만 마음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이언 샷이라면 한 가락 하는 난데 스무 발짝이 넘는 퍼팅을 할 일이 몇 번이나 있겠냐는 오만이었다. 그래도 강풍이 불면 샷이 뜻대로 안 될 테니 대비하라는 설명에 수긍하고 부지런히 연습했다. 10~20m를 5m 단위로 끊어서 하루 수백개씩. 가끔 30m짜리도 했다. 한 달 넘게 그랬다.

프로 선발전 본선 이틀 내내 초속 9~11m인 강한 바람이 불었다. 볼은 바람 따라 제멋대로 날아갔다. 무수히 많은 롱 퍼팅을 해야 했다. 그런데도 이틀간 3퍼팅을 한 개도 하지 않았다. 스팀프 미터(그린 속도를 재는 도구)로 3.0이 훨씬 넘는 빠른 가을 그린에서 마주친 롱 퍼팅. 숱한 영건들이 퍼팅 그린에서 좌절했을 것이다. 나는 기적처럼 다 가져다 홀컵에 붙였다. 그때 익힌 것이 바로 래그(lag) 퍼팅이다.

래그 퍼팅은 칩 샷과 비슷한 퍼팅 방법이다. 셋업부터 그렇다. 볼을 몸 중심보다 더 오른쪽에 둔다. 퍼팅할 때는 볼을 왼쪽 눈 아래에 두라고 배웠을 것이다. 래그 퍼팅은 볼을 오른쪽 눈보다 더 오른쪽에 둔다. 스탠스는 왼발을 연다. 스트로크도 칩 샷과 흡사한 느낌으로 한다. 이게 전부다.

칩 샷 자세로 서면 홀까지 거리감이 훨씬 좋아진다. 두 눈을 수평(쌍안경 보는 자세라고 하자)에 가깝게 두니 당연하다. 두 눈이 위아래로 수직이면 거리감이 떨어진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칩 샷 자세로 스트로크하면 더 작은 스윙으로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스트로크가 작아지면서 뒤땅을 치거나 터무니없이 세게 치는 실수가 줄어든다. 왼발을 열었으니 헤드 업도 덜 하게 되고 혹시 머리가 조금 움직여도 어깨는 덜 틀어진다. 방향성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두 가지만 더 보탠다. 첫째, 긴 퍼팅을 할 때는 아무리 멀어도 반드시 걸어갔다 와야 한다. 몇 발자국인지 센 다음 경사를 감안해 목표 거리를 정한다. ‘롱 퍼팅은 감’이라고 가르쳐주는 상수가 있다면 둘 중 하나다. 가르쳐주기 싫든지 자기도 모르든지. 그린에서 살다시피 하는 선수도 몇 발자국인지 센다. 완벽한 감이란 닳도록 개발한 사람이 갖는 것이다.

둘째, 반드시 티오프 전 긴 퍼팅 연습을 하라. 연습 그린에서 20개 이상 롱 퍼팅을 하라. 그린 스피드는 늘 변하고 컨디션도 늘 달라지니까. 9홀 끝나고 쉬는 시간에도 가능하면 10개 정도 해보면 좋다. 전반을 도는 동안 이슬이 말라서 빨라지거나 잔디가 자라서 느려졌을 테니까. 라운드를 끝내고도 씻으러 들어가기 전에 10~20개 정도 해야 한다. 10~20m 거리에서 다섯 번 연속 한 클럽 거리 이내에 붙이면 씻으러 들어간다고 정하면 집중력이 생긴다.

가까운 퍼팅은 실력이 부족해도 그럭저럭 할 수 있다. 멀어지면 누구라도 용 뺄 재주가 없다. 프로도 마찬가지다. 2m 이상이면 프로도 성공률이 50%가 안 된다. 3퍼팅은 실은 짧은 퍼팅을 놓치기보다는 긴 퍼팅을 가까이 보내지 못해서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퍼팅은 어떻게 하느냐보다 어디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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