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일본 규슈, 구석구석 '먹방여행'

입력 2016-12-11 16:54  

라멘의 성지 후쿠오카
온천&미식 하모니 사가
소면의 천국 나가사키
선술집 순례 기타큐슈
향토요리 향연 미야자키



일본 규슈는 도쿄와 오사카에 버금가는 인기 여행지다. 비행시간이 짧아 언제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천과 료칸, 일본 색채로 가득한 명소가 즐비하다. 게다가 규슈는 일본에서도 미식으로 손꼽히는 지역. 현마다 특색있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올겨울, 규슈로 ‘먹방여행’을 떠나보자. 후쿠오카=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라멘의 성지 후쿠오카

규슈의 관문인 후쿠오카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내린 여행자들은 일단 하카타역으로 간 뒤 이곳에서 철도를 이용해 유후인이나 히타, 오이타, 나가사키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규슈를 대표하는 도시답게 먹거리도 풍부한데, 후쿠오카에서 가장 먼저 맛봐야 할 음식은 ‘잇푸도(一風堂) 라멘’이다. 잇푸도는 하카타(후쿠오카의 옛 지명)를 대표하는 돈코츠 라멘 전문점으로 돼지뼈를 푹 고아 우려낸 육수가 일품이다. 구수하고 걸쭉한 국물은 처음에는 맛이 진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감칠맛이 나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다.

잇푸도는 1985년 문을 열었다. 백년 이상 된 맛집이 즐비한 일본에서는 아기 걸음마 수준. 잇푸도가 돈코츠 라멘으로 명성을 얻은 계기는 일본 유명 방송사가 주최한 ‘라멘왕’ 선발대회에서 네 번이나 우승하면서부터. 이후 잇푸도는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지점을 가진 ‘글로벌 라멘집’으로 성장한다. 잇푸도 라멘은 후쿠오카에만 3개가 있는데, 여길 가기 위해 일본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맛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딱딱한 면과 부드러운 면 등 다양한 종류의 면을 고를 수 있게 한 점 등 맛뿐만 아니라 디테일에서도 돋보인다.

라멘 마니아라면 빼놓지 말고 가야 할 곳이 후쿠오카 남쪽에 자리한 구루메(久留米)다. 인구 30여만명의 산업도시인 구루메는 1953년 문을 연 라멘집 ‘다이호(大砲)’가 있는 곳. 가쓰키 노보루가 63년 전 포장마차로 시작해 지금은 히토시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이 집 돈코쓰 라멘 맛의 비결은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불을 끄지 않고 끓여낸다는 돼지뼈 육수. 그래서인지 한결 풍미가 깊고 맛이 진득하다. 옛날 맛과 순한 맛 2가지 종류의 돈코쓰 라멘이 있는데, 옛날 맛을 시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2014년엔 미슐랭 가이드 후쿠오카 특별판(3500엔 이하 맛집)에 본점과 분점 한 곳이 선정되기도 했다.

‘야스베(安兵衛) 오뎅’은 최근 들어 한국인이 부쩍 많이 찾는 집이다. 텐진미나미역 5번 출구 가까운 니시나카스 골목에 자리한 어묵집으로 아흔 살 가까운 노부부가 운영한다. 1961년에 문을 열었으니 55년이나 됐다. 한국 사람들은 오뎅 하면 반찬으로 생각하지만 일본에서 오뎅은 엄연한 요리로 인정받는다. 이곳 오뎅은 간장 육수로 맛을 낸 국물에 무와 어묵, 곤약, 삶은 달걀, 두부 등을 넣어 오래 끓여내는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도우노나베에 가쓰오부시와 와카메(미역), 그리고 창업 때부터 사용한 종자간장으로 끓인 국물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진한 간장 소스가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쫄깃하고 탱글한 특유의 식감이 살아있는 곤약이 인상적이다.

온천과 함께 즐기는 미식, 사가

2500여개의 온천이 있다는 온천왕국 일본에서도 규슈 북서부에 자리한 사가현은 온천으로 유독 돋보이는 곳. 일본 ‘3대 미인 온천’으로 불리는 우레시노 온천과 다케오 온천이 이곳에 있다.

온천과 미식을 주제로 여행을 떠난다면 사가현 남서쪽 끝자락 다라초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한 가니고텐 료칸을 추천한다. 후지TV가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은 온천 숙소’ 1위로 꼽은 곳으로 노천온천에서 바라보는 아리아케 만(灣)의 경치가 일품이다.

온천뿐만 아니라 아리아케 바다 수심 10m에서 서식하는 다케자키 게를 이용한 가이세키 요리도 이에 못지 않게 유명하다. 오직 이 료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이를 맛보기 위해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다. 게튀김을 비롯해 게구이, 게밥 등 다케자키 게요리가 코스로 펼쳐지는데, 끝없이 나오는 게요리는 겨울밤을 황홀하게 해준다. 살이 통통하고 감칠맛이 좋은 다케자키 굴도 별미다.

사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은 일본 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는 소고기 사가규다. 일본 소를 뜻하는 와규(和牛)는 세계 최고급 소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품질을 인정받는데, 사가규는 지방이 골고루 퍼진 마블링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라쓰에 자리한 요요가쿠 료칸은 일본 12대 료칸에 속하는 곳으로 프랑스 영화감독 장 자크 아노가 묵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 머문 뒤 “도쿄에서 최고급 호텔에 숙박했지만 요요카쿠에서 비로소 일본을 느꼈다”고 극찬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 역시 “이곳에서 머무는 것은 최고의 가치가 있다”며 극찬했다. 요요가쿠 료칸의 사가규 샤부샤부는 사가규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음식이다.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사가규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다.

가이세키가 부담스럽다면 JR다케오온천역 안에 위치한 ‘가이로도(カイロ堂)’의 사가규 스키야키 도시락으로 아쉬움을 달래자. 이 식당은 겉보기엔 작지만 ‘제8회, 9회 규슈 에키벤 그랑프리’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곳이다. 또 다른 메뉴인 최고급 갈비 도시락 역시 제10회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A5등급 사가 소고기와 아삭한 우엉을 간장으로 양념해 밥 속까지 깊은 맛이 배어 있다.

소면 천국 미나미 시마바라

나가사키는 우리에게 나가사키 짬뽕과 카스테라로 잘 알려져 있다. 해산물이 그릇 한가득 푸짐하게도 담긴 나가사키 짬뽕은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바삭한 튀김면에 각종 해산물과 야채, 고깃살을 올린 사라우동과 달콤하면서도 촉촉한 카스테라 역시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음식이기도 하다.

나가사키에서 조금 더 특별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미나미 시마바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나가사키현의 남부, 시마바라반도의 남동부에 위치한 미나미 시마바라는 ‘소면의 도시’로 불린다. 라멘이나 우동을 즐기는 다른 일본 지역과는 달리 이곳 사람들은 소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인구 4만7000명의 작은 도시에 소면공장이 무려 300개가 넘는다.

특히 40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수연 소면’은 시마바라 반도의 돌고래 워칭과 더불어 미나미 시마바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수연(手延) 소면’은 이름 그대로 손(手)으로 늘인(延) 면이다. 면의 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면을 당기고 꼬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기계로 만드는 일반적인 소면은 반나절 공정이지만 수연 소면은 이틀에 걸쳐 4차례의 건조와 숙성을 거친다. 최종 검수까지는 꼬박 3일이 걸린다.

미나미 시마바라 시에는 약 300개의 소면집이 있는데 시청 건너편에 자리한 ‘멘쿠이’가 잘 알려져 있다. 라면이나 짬뽕식으로 끓여 낸 소면이 있는가 하면, 오징어 먹물을 첨가한 면에 명란젓을 얹어 내는 비빔 소면도 맛볼 수 있다. 시내에 자리한 ‘진가와(陣川) 면공장’에서는 소면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노동자들의 음식을 맛보다, 기타큐슈

규슈 최북동단에 자리한 기타큐슈는 전형적인 공업도시다. 이런 까닭에 예부터 노동자를 위한 독특한 음식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데츠나베(철판교자). 1958년부터 기타큐슈에서 먹기 시작해 일본 전국으로 퍼졌다. 당시 레스트로랑에서 유행하던 철판에 올린 나폴리탄(스파게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는데, 얇은 만두피와 뜨겁고 즙이 풍부한 만두 속을 맛의 포인트로 잡고 냄비에 담은 그대로 손님에게 제공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교자를 주문하면 동그란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교자를 굽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속까지 익힌 뒤 다시 뒤집는다. 이렇게 구우면 교자는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 기타큐슈 시민들의 교자사랑은 각별해서 교자를 반찬으로 먹을 정도다. 교자정식을 시키면 쌀밥과 교자 한 판이 나온다.

노동자들의 도시답게 가볍게 할 수 있는 술집도 번성했다. 주류판매상 한쪽에서 서서 마시는 문화가 아직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가쿠우치’라고 부른다. 인구 100만명의 도시에서 가쿠우치가 150곳이 넘는다고 한다. 통조림이나 땅콩, 비닐로 작게 포장된 건어물 등을 안주로 먹는데, 요즘은 이 가쿠우치를 순례하는 동호회까지 생겨날 정도로 인기다.

독특한 향토요리의 향연, 미야자키

규슈 남동부에 자리한 미야자키는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겨울에 특히 인기가 높은 관광지다. 연평균 기온이 17도를 웃돈다. 한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린다.

풍광 좋은 곳에는 이에 버금가는 맛있는 음식이 있듯, 미식가들에게 미야자키는 이름난 맛의 고장으로 불린다. 미야자키 미식여행의 첫 목적지는 미야자키 남쪽에 자리한 니치난(日南)시. 니치난 지역은 ‘도깨비 빨래판’이라는 해안 침식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아오시마라는 둘레 1.5㎞의 작은 섬 주변은 파도에 깎인 사암과 이암층이 태평양과 어울려 기이한 경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 도깨비 빨래판보다 유명한 곳이 있으니 바로 지조안이라는 료칸이다. 이곳의 가이세키는 모든 요리를 미야자키산 채소만으로 만든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와 생선, 계란을 포함해 동물성 음식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코스는 모두 15~16가지로 구성되는데 하나하나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지조안 스스로도 자부심이 대단해 이 요리를 ‘지조안풍의 창작정진요리’라 이름 붙였다.

오비성 아래 자리한 오비마을에서는 향토요리인 ‘니치난 잇폰즈리(一本釣り)가쓰오(カツオ)아부루리쥬(炙リ重)’를 맛볼 수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가다랑어 구이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요리로 가다랑어를 회와 풍로구이, 따뜻한 차에 밥과 함께 말아 먹는 오차즈케(お茶漬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긴다. 외바늘 낚시로 낚은 가다랑어를 풍로에 구워 먹는데, 와사비와 올리브오일 소스를 바른 회는 날생선 사시미와는 다른 맛을 내고 풍로에 구워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구울 때는 한쪽만 가볍게 굽는 것이 요령이다.

미야자키의 또 다른 대표요리는 ‘치킨남방’(チキン南蠻)이다. 닭고기에 튀김가루와 계란을 입혀 튀긴 뒤 감초에 가볍게 적셔 타르타르 소스를 찍어 먹는 요리로 미야자키가 발상지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는 명물음식이 됐는데, 미야자키에서는 3개월 된 영계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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