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순실발 돈맥경화…'대통령 탄핵'으로 풀리나

입력 2016-12-11 19:22   수정 2016-12-12 06:00

통화승수 등 경제 활력지표 추락세
돈맥경화로 경제 '좀비화' 우려
경제입법 등 시스템 정비 시급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우리 경제의 혈액인 돈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올해 3분기 이후 ‘돈맥경화’ 현상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난맥상이 가장 큰 요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일정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금의 국면이 풀릴 가능성이 작아 ‘한국 경제의 좀비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나라 경제에 돈이 돌지 않으면 사람의 몸처럼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손발부터 썩어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부유층보다 서민층일수록 어려움을 호소하다 못해 쓰러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올해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정 국가에서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 활력지표로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를 꼽는다. 통화유통속도란 일정 기간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돈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돈의 흐름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통화승수다. 통화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로 나눈 것으로 신용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화승수는 그 나라 국민의 현금보유 성향과 예금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통화유통속도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69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0.6대로 다시 추락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경제 활력지표인 예금회전율과 요구불예금회전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등 각국의 통화유통속도가 살아나면서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통화승수는 한국은행이 이 지표를 처음 발표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3분기 통화승수는 17배로, 2년 전 경제 활력 판단 기준인 20배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국민의 현금보유 성향이 늘어나 시중에서 돈이 퇴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3분기 이후 돈맥경화 현상이 다시 심해지는 것은 전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계는 더 이상 소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도 설비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금융회사의 대출 태도가 갑자기 깐깐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돈이 돌지 않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좀비 현상’이다. 모든 정책은 정책당국이 의도한 대로 정책 수용층이 반응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경제 활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을 내놔도 정책 수용층의 반응이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각종 위기설이 고개를 다시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위기설의 실체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 경제입법 지연 등으로 비롯된 ‘시스템 위기’에 연유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제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제현실 진단부터 선행돼야 한다.

정확한 현실 진단을 토대로 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시급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국정의 난맥상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국정 실정을 덮기 위해, 아니면 탄핵 이후 본격화될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은 대중영합적 땜질식 단기 처방이다.

기업에도 우리 경제 안에서 안정된 경영활동을 보장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국적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뼈저리게 느끼듯이 특정 기업에 이권이 보장되는 신규 사업을 허가해주면서 뒷거래가 오가는 식의 뒷맛이 개운치 않은 정책이 계속되면 위기감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에게도 경제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각과 안정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법규든 사회규범이든 간에 정책당국이 마련하는 대로 쫓아가더라도 고위층에서 뇌물 등 부정부패가 발생하면 국민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허탈감에 휩싸여 위기감을 낳게 하는 원인이 된다.

경제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권은 기업과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과거 정부, 언론, 남의 탓’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가 땅에 떨어진 정치권 신뢰와 경제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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