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가진 사기꾼…진짜 악역 맡았죠"

입력 2016-12-13 17:55   수정 2016-12-14 10:41

영화 '마스터' 주연 맡은 이병헌


[ 선한결 기자 ] 이병헌(46·사진)은 베테랑 배우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변주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그가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 천의 얼굴을 가진 희대의 사기꾼으로 분한다. 서민들 앞에선 진솔한 척 눈물까지 보여 신뢰를 얻고, 돌아서선 부정청탁과 폭력을 수단 삼아 사기판을 완성하는 인물이다.

13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사기꾼은 배우에겐 굉장히 재미있는 소재”라며 “장면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진현필은 상황과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자기 내면부터 달라지는 사람입니다. 그는 돈, 그것도 남의 돈을 제일 목표로 삼아요. 그 목표를 위해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바꾸죠.”

장면마다 의상과 머리 모양, 말투에 변화를 줘 역할에 입체감을 더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정치가를 만난 진현필은 필리핀식 억양이 강한 영어로 사업 얘기를 꺼낸다. 필리핀에서 캐스팅된 현지 배우 여러 명의 대사 녹음 파일을 들으며 연습해 장면을 완성했다. 상대에 맞춰 얼굴을 바꾸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병헌은 “영화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진짜 악역을 맡았다”고 했다. 알고 보면 짠한 뒷얘기나 자기반성 등이 없는 ‘생 악역’이란 얘기다.

“인물에 설득되긴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사실 참고할 만한 실제 인물이 너무 많아서 참담한 기분을 느꼈을 정도였어요. 딱히 누군가를 따라 하기보단 이런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논리로 세상을 살지 연구했습니다.”

영화에서 진현필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하느님도 속일 수 있다”고 단언하며 누구도 믿지 않는다. 사기 동료인 오른팔 김엄마(진경 분), 천재 프로그래머 박장군(김우빈 분)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병헌은 “손발이 척척 맞는 동업자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가진 관계를 보이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유의 애드립으로 장면에 긴장감을 줬다. 진현필은 편히 얘기하던 중에 차가운 표정을 짓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갑자기 자기식의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장면을 연습하다 보면 대본엔 없던 말이나 행동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웃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면을 좀 더 현실적으로 끌고 가려는 배우들의 몸부림이에요. 이번에 저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봤습니다. 아이디어는 무조건 많이 얘기하고, 감독과 스태프들이 좋은 것을 고르도록 했죠.”

극 중 진현필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분)과 집요한 추격전을 벌인다. 진현필이 돈만 좇는다면, 김재명은 ‘하나쯤 있어야 할 미친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끈질기게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로 대비를 이룬다. 이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구도가 극을 끌고간다. 이병헌은 “김재명과 진현필은 다르면서도 연결점이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진현필과 김재명이 주요 인물이지만, 둘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두 자석의 같은 극을 서로 맞댔을 때 멀어지는 것과 같달까요.”

영화에서 모델 출신으로 유명한 장신 배우 둘과 호흡을 맞췄다. 화면에서도 키 차이가 드러난다. 이병헌은 “키 차이는 그냥 봐도 알 수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나”라며 웃었다.

“전 재밌게 봤어요. 장군과 김엄마랑 얘기하는 장면에서 “야 목아파. 앉아”라며 애드립 소재로 쓰기도 했죠. 이젠 연기할 때 내가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의식하면서 촬영한 시기는 오래전에 지난 것 같아요.”

이병헌의 전작 ‘내부자들’은 지난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그는 “영화가 서로 비슷한 듯 달라 전작과 이어지는 부담감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 속 비리를 꼬집어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영화의 색깔이나 이야기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내부자들은 독하고 센 느낌이었지만 마스터는 경쾌하고 신나게 흘러가요. 현실에 지쳐있는 모든 분에게 조금이라도 통쾌함과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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