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별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우린 모두 보통의 존재

입력 2016-12-22 17:27   수정 2016-12-23 05:25

보통의 존재

남재현 < 금천구립가산도서관장 >



자신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란 걸, 아니 그 이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해버린 후. 불행인지 아니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는 조금은 맥이 풀려버리는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인생에 있어 하고 싶은 일이나 애착 같은 것 없이 그저 되는 대로 살아온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서른여덟이 되던 해 어느 날, 사랑과 건강을 한꺼번에 잃고 비로소 삶의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 방편으로 택한 것이 글쓰기다. 자신의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이 왜 슬픈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서술했다.

《보통의 존재》는 서른여덟의 무명 작가가 마치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잡아낸 보통 사람의 내면과 일상 풍경이 가득한 산문집이다. ‘슬프다’ 혹은 ‘기쁘다’고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담백하게 풀어낸 글이 가득하다.

작가는 그룹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이석원. 그의 음악은 이미 ‘내 소중한 뮤지션 목록’에 담겨 있지만, 이렇게 글로 접해본 적은 없기에 어떤 설렘과 기대를 안고 천천히 읽어내려가 본다.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자각으로 인생의 쓴맛을 이겨내기도 하고 또한 음악적 신념을 더욱 다잡기도 한 그. 자신의 사생활이 철저하게 인정돼야 함에 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했던 그.

나는 잠시 과거 어느 때를 떠올려 본다. 언젠가 한 사람에게 버려진 그때의 나는 전혀 특별하지도 않고 하물며 그 사람도 내게 그저 스쳐 지나간 보통의 존재였음을 인정하며 지나간 시간을 다독여 본다.

나이 먹고 사랑 타령 한 번쯤은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통의 글이다.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참 별난 사람이라고 느낄지도 모를 작가의 인생 이야기다.

‘어떤 건 맞다’ ‘어떤 건 아니다’고 딱히 단정지을 단순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상처 입은 그의 마음에도 언젠가 또다시 따스한 봄기운이 찾아온다면 지금의 이 차가운 마음들이 눈 녹듯이 녹아내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 글을 써내려간 그때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의 그는 그렇게 돼 있을지 모르겠다.

영원할 것 없는 유한한 마음으로 우리 시대의 사랑은 이뤄져가고 있고, 그런 모습들을 겪어온 나의 마음 또한 차가워질 때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우린 보통의 존재가 아닌가. 살아가면서 착각이든 아니든 특별하다고 믿었던 순간 때문에 울고 웃고, 또한 특별하게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다가도 이내 보통의 기억으로 마음에서 밀어내면서 치유되기도 하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지 않은가.

책 본문에서 결속이란 ‘끊임없이 대화가 오가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라고 했다. 작가나 우리 모두 그런 따스한 인연들을 간직하고픈 소망을 항상 품고 사는 보통의 존재이며 만약 지금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더욱 특별한 존재임을 깨달으며 따스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석원 지음, 달, 386쪽, 1만2000원)

남재현 < 금천구립가산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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