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전유물이던 명품 시계
IWC, 여성 비중 13%로 늘어
"좋은 제품 오래 차는 게 실속"
[ 민지혜 기자 ]
남성의 전유물이던 명품 시계 시장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시계를 구매해 오래 차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다. 싸고 예쁜 시계 여러 개를 사던 여성들의 시계 소비 패턴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이런 변화는 자신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여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결혼할 때 다른 예물은 생략하고, 평소 소지하며 만족할 수 있는 고급 시계를 선택하는 여성이 증가한 것도 시장 확대의 한 요인이다.
대표적 사례가 IWC다. 이 회사 시계는 큼지막한 다이얼과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남성이 차기 좋은 시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4년까지 전체 판매량 중 남성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98%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판매량의 4% 정도가 여성용이었다. 올해는 이 비중이 13%로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찰 수 있는 1000만원 안팎의 시계를 찾는 여성 소비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 시계 브랜드로 잘 알려진 바쉐론 콘스탄틴도 올해 여성용 매출이 작년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여성이 선호하는 사이즈의 ‘오버시즈 스몰’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게 큰 역할을 했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등 특정 제품을 제외하면 고객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확대되며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 소비재 시장의 역사”라며 “명품 시계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따라 여성용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명품 시계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여성용 제품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성장이 정체된 시장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새로운 소비층을 발굴하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도 대부분 브랜드가 여성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여성 시계 판매를 늘렸다. 네모난 모양의 뒤집을 수 있는 시계 ‘리베르소’가 대표 제품이다. 이 회사는 다이얼, 시곗줄, 각인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 제작 서비스인 ‘아틀리에 리베르소’를 국내에 선보였다. 자신만의 시계를 갖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이니셜 등을 새겨 구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4년 처음으로 여성 전용 시계 ‘보헴 컬렉션’을 선보인 몽블랑은 올해 제품 수를 늘렸다. ‘스타 컬렉션’ 등 인기 있는 대부분 시계가 남성 모델이지만 ‘보헴 문가든’처럼 우아하고 화려한 여성 시계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여성들의 시계 취향이 변한 것과 함께 예물 트렌드가 바뀐 것도 여성 명품 시계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예전에는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 귀걸이, 반지 세트를 필수로 여겼다. 요즘엔 평소 차고 다닐 수 있는 시계 하나씩 장만하려는 실속파가 늘었다. 몇 번 사용하고 장롱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항상 차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100만원 미만 또는 200만~500만원대 시계를 구매하던 여성들이 눈높이를 높여 1000만원 안팎의 명품 시계를 찾기 시작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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