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버팀목' 550조 국민연금이 흔들린다

입력 2016-12-28 18:10   수정 2016-12-29 06:11

의결권 행사 외부에 맡기는 '세계 유일' 기형적 의사결정 구조

기금운용 독립·전문성 훼손
문형표 이사장 긴급 체포로 기금운용본부 업무 '올스톱'

"민간위 의결권 행사는 말도 안돼"



[ 유창재/좌동욱 기자 ]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긴급 체포되면서 국민연금공단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소환된 데 이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문 이사장까지 체포되자 550조원의 연금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 업무는 전면 마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국민연금기금의 기형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산 배분, 의결권 행사와 같은 중요한 투자 결정이 비전문가로 구성된 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나 민간인으로 구성된 외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이뤄지도록 해놓은 것이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검팀이 문 이사장을 긴급 체포하는 연결고리가 된 의결권전문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형적’ 조직이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두 회사의 합병 찬반 결정을 의결권전문위에 넘기지 말고 기금운용본부가 자체 결정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는 복지부 공무원들의 진술을 근거로 문 이사장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 주요 연기금 중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외부에 맡기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은 주식운용실 소속 기업지배구조팀에서 결정한다. 캐나다연금은 독립 운용조직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내부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판단한다. 네덜란드 연기금, 노르웨이 연기금 등도 모두 내부 투자운용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선진 연기금들이 운용조직 자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의결권 행사가 정무적 판단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의 투자 판단이기 때문이다. 보유 주식의 가치를 방어하거나 높이는 것이 의결권 행사의 목적인 만큼 고도로 훈련된 투자 전문가들이 재무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라는 뜻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종 결정에 전혀 책임지지 않는 외부 민간위원들이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같은 이유로 2006년 신설된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극소수 안건만 부의해왔다. 특히 합병건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10년 동안 이뤄진 60건의 합병에 대한 찬반 결정 중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넘긴 사례는 지난해 6월 SK와 SK C&C 합병건이 유일했다.

특검 수사의 큰 축이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기금운용본부는 사실상 휴업 상태다. 당초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던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 위험 대비 투자 수익률을 점검하고 내년도 위탁 운용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여서 내년도 기금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지금도 검찰 수사관들이 수시로 사무실을 출입하고 있는 데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위원들까지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요구해와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유창재/좌동욱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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