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월가가 걱정하는 국민연금 수사

입력 2016-12-29 17:42   수정 2016-12-30 12:49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올해 안에 매듭은 되는 겁니까.”

미국 월가의 한 기관투자가가 외압 의혹 수사로 쑥대밭이 된 국민연금(NPS) 사태를 두고 건넨 말이다. 국민연금과 사전에 협의한 지분투자 딜이 완결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불안하다고 했다.

국민이 노후 안정을 위해 맡긴 54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및 투자 기능은 두 달째 올스톱됐다. 지난달 검찰은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하면서 각 투자실의 팀장급 이상 핵심 간부들의 휴대폰을 모두 압수했다. 뉴욕의 거래처들과 잡았던 콘퍼런스콜이 무더기로 취소되고, 1주일가량 연락마저 두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투자은행(IB)이나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 들어 국민연금의 차장급 이상 핵심 인력 30여명은 회사를 떠났다. 대부분 국민연금에서 10년 안팎의 투자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칼라일 등 내로라하는 월가의 큰손들과 거래를 트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투자 기회를 포착하던 ‘주포’들이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역군에 비유하자면 한 명 한 명이 모두 ‘종합상사급(級)’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전투력의 30%를 상실했다고 한다.

이들은 공을 들여온 투자건이 이유 없이 투자위원회에서 보류되고, 제동이 걸리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가뜩이나 사옥 지방이전으로 심란하던 차에 검찰의 통화내역 조회와 전방위 계좌추적이 들어오자 의욕을 상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이 몇 개월 전에 친구와 주고받은 경조사비 10만원까지 물고 늘어져 완전히 질렸다”고 한다.

외신을 타고 시시각각 확산되는 수사 소식은 국민연금의 평판도 추락시키고 있다. 준법윤리 규정이 강한 북유럽 국가의 연기금은 불법행위와 연루된 기관과의 공동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단순히 신인도 하락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내년 투자전략 수립과 수익목표 설정, 지역 및 자산군별 배분 등 국민연금이 새해를 앞두고 이미 끝냈어야 할 일들은 백지 상태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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