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개통 효과…신바람 난 '수서권' 대형병원들

입력 2017-01-04 19:29  

삼성서울, 수서역까지 셔틀 확대
강남세브란스, 셔틀버스 신설
수서역 지하 의무실 운영

지역병원 "환자 쏠림 심화 우려"



[ 임락근 기자 ]
울산에 사는 박모씨(62)는 허리통증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한 달 전까지 울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린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개통된 뒤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SRT를 타고 내려 병원 셔틀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SRT 개통으로 병원을 오가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환자흐름 재편 효과 기대

지난달 9일 SRT 개통으로 강남권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면서 서울 강남권 병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제2의 KTX 효과’를 기대하며 환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셔틀버스 노선을 SRT 수서역 인근으로 확대하고 수서역 내 의무실 운영 계약을 체결한 병원도 있다. KTX 개통 이후 강북 지역 병원을 찾던 지방 환자들이 강남과 분당권 병원을 찾으면서 서울과 수도권 환자분포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RT 수서역 인근에는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병원을 찾는 지방 환자들은 그동안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린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버스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병원을 방문했다. SRT 개통으로 환자들은 수서역에서 3호선과 분당선을 타고 강남과 분당 지역 의료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대학병원 외에 수서역 인근 중소병원들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 수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KTX가 개통된 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서울을 찾는 지역 환자 발걸음은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병원을 찾은 환자의 34.1%는 다른 지역 환자다. KTX 개통 직후에는 서울역 인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수혜 병원으로 꼽혔다. SRT 개통으로 강남과 분당 지역 병원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은 물론 분당에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까지 환자 이동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병원 셔틀버스 노선 변경 활발

인근 대학병원들은 셔틀버스 노선을 바꾸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일원역까지만 운행하던 셔틀버스 노선을 수서역과 SRT 수서역까지 연장했다. 병원 내부에 SRT 안내 포스터도 붙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셔틀버스를 한 대 증차해 15분이었던 배차 간격을 10분으로 줄였다”며 “하루 셔틀버스 이용객의 10% 정도는 SRT 이용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버스 두 대를 증차해 30분마다 병원과 SRT 수서역을 오가는 셔틀버스 노선을 신설했다. 수서역 지하에 의무실 역할을 하는 ‘고객건강라운지’도 운영하기로 했다. SRT 수서역과 응급실 간 핫라인도 구축해 응급환자가 생기면 바로 이송하기로 했다.

SRT 개통으로 환자 쏠림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KTX 개통 이후 서울을 찾는 지방 환자가 늘면서 지방 의료기관의 경영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병원은 환자를 잡기 위해 토요진료를 대폭 확대하는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KTX 개통 이후 중증 환자의 서울 이동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SRT가 개통하면서 강남과 분당의 대학병원에 지방 중증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방 대학병원에서 수도권에 버금가는 인력과 시설을 투자하면 환자 쏠림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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