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맞서기보다 손잡는다…세계 3위 제약사의 '성공 철학'

입력 2017-01-05 16:21   수정 2017-01-05 19:23

Best Practice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

지금까지 300여건 M&A 성사
2004년엔 프랑스 1위 제약사와 합쳐

주력 신약 특허 끝나 위기 맞기도
급성장한 신흥 제약사와 협력
신약개발 리스크 분담하며 극복

한미약품과는 공동 연구 진행
구글과 손잡고 헬스케어 사업도



[ 박진우 기자 ] 미국 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와 로슈,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국가대표(national champion)’ 제약회사들이다. 쟁쟁한 이들 글로벌 제약회사 가운데 매출 기준 세계 3위에 프랑스의 사노피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약시장의 최근 40년사(史)는 ‘몸집 불리기’의 연속이었다. 제약회사가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는 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파이프라인은 제약회사의 ‘돈줄’로 불린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주요 신약물질의 특허가 최근 수년간 연이어 만료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신약물질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한 신흥 제약회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사노피도 최근 전체 매출의 30%에 이르는 당뇨병 치료제(인슐린) 란투스 등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경영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사노피는 신흥 제약회사를 경쟁자로 보기보다 손잡는 편을 택했다. 개발속도가 빠른 소형 제약회사와 제휴를 맺고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해 위기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에서다.

거대 합병이 만들어낸 세계 3위 제약사

사노피의 ‘족보’는 복잡하다. 지금까지 300여건의 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기 때문이다. 사노피는 한 약사 가문이 1718년 설립한 ‘미디연구소’에서 시작됐다.

사노피 역사의 전환점은 크게 세 차례로 정리된다. 먼저 프랑스 국영 석유회사 엘프아퀴탱(현재 토탈)의 자회사가 미디연구소를 합병한 것이 첫 번째 전환점이 됐다. 합병된 회사의 이름은 ‘사노피’로 결정됐고 당시 매출은 14조원까지 급증했다.

가정용 제품(화장품·헬스케어·동물의약품) 사업도 병행하던 사노피가 전문 제약회사로 거듭난 것은 1999년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제약 자회사인 신데라보를 인수하면서다. 고혈압치료제 ‘이르베사르탄’, 혈전용해제 ‘플라빅스’ 등 지금까지도 주요 매출원이 되고 있는 의약품 특허를 대거 확보했다. 경영진은 “핵심 사업인 의약품 분야에 집중하고 그 외 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행보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노피의 성장은 2004년 당시 매출 기준 프랑스 1위 제약회사인 아벤티스를 650억달러에 주식 공개매수 방식으로 합병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 합병을 통해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 제약업체로 올라섰다. 백신사업에서도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사노피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백신사업부 매출은 연평균 6%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위 사노피가 1위 아벤티스를 인수한 건 프랑스에서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자는 논의가 확산된 덕분이었다. 세계 대형 제약회사들의 적대적 M&A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노피가 먼저 아벤티스 인수에 나섰고, 이를 정부가 지원사격하면서 성사됐다.

다각화로 신약물질 특허 만료 극복

승승장구해온 사노피도 최근 들어 큰 위기를 맞았다. 주력 신약물질 특허가 잇달아 만료됐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신약물질이 늘면서 신약 개발 속도마저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그간 몸집을 불리면서 경쟁만 거듭해온 제약시장에서 사노피가 새롭게 내세운 전략은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었다. 사노피는 △지역기업과의 공동연구 △다른 제약회사와의 특허 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합작 투자 등으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소형 제약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차라리 그들과 손잡고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노피와 공동 연구를 해온 대표 기업으로는 한국의 한미약품이 꼽힌다. 한미약품과 고지혈증 치료제인 ‘로벨리토’를 공동 개발해 2013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2015년부터 30억유로 규모 퀀텀프로젝트도 진행해 왔다. 지난해 11월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21만개에 달하는 화학혼합물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공유하는 특허물질은 대부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물질을 다수 공유하면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데 따른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사노피는 총 43개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벤처회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데니스 웡 아·태지역 R&D 총괄은 “전체 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3분의 2는 외부에서 들여온 기술”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후기 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시장 진출·환자관리 사업 강화

사노피의 R&D 다각화 전략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다각화된 약품 덕에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폭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평균 9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란투스의 특허가 2015년 5월부터 작년 2월까지 각국에서 만료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란투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하지만 다른 약품 판매 호조로 사노피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3.0% 늘어난 총 96억5200만유로를 기록했다.

인플루엔자 백신(34.6% 증가)과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48.2% 증가), 란투스를 대신한 항당뇨제 ‘투제오(258.7% 증가)’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연평균 10%를 웃도는 신흥시장 매출 성장세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제약회사를 인수해 판매망을 확보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사노피는 치료 목적 의약품 개발에서 벗어나 헬스케어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최고환자책임자(Chief Patient Officer)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소아과 전문의이자 공공의료전문가인 앤 빌을 선임한 것을 시작으로 보건의료전문가를 대거 채용했다. 또 지난해 7월 동물의약품사업부인 메리알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헬스케어 사업부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사노피는 구글과의 협력에도 나섰다. 작년 9월 구글 계열사인 베릴리와 합작회사 온듀오를 설립했다. 식생활 모니터링부터 혈당 수치 측정까지 환자관리 사업에 본격 나서기 위한 목적에서다. 사노피의 임상경험 및 제약기술과 베릴리가 보유한 전자공학기기, 분석기술 등을 결합해 신약 개발주기도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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