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정치부 기자) 대선주자·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목록 1호’는 자동차입니다. 실제로 재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많은 곳을 누벼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필수품이나 다름없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차를 타지 않고 시장에 들러 도보로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행위가 사실 ‘일상적인 생활’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대선주자 7명을 조사한 결과, 그랜저를 타는 반 전 총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아차 카니발 밴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캠핑 붐이 일면서 가족용 레저 차량으로도 인기가 높은 모델이죠.
카니발의 장점은 넓은 실내공간입니다. 최대 11명까지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지만 실제로 주요 정치인들이 탈 때는 운전자를 제외하고 홀로 혹은 수행원 1명 정도만 더 탑승하는데 그친다고 합니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그들은 주로 달리는 차 안에서 김밥도 먹고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밀린 서류검토와 전화통화를 하는 ‘간이 집무실’역할을 하는데다 갈아입을 옷과 넥타이를 항상 구비해두어야 하는 만큼 카니발이 제격이라는 것이죠. 고급세단 보다는 ‘실용적인 서민적 이미지’를 준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카니발은 장기간 승차하면 허리 통증 등 피로감을 몰고온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차체가 높아 인체와 지면 간 떠 있는 높이가 클 수록 흔들림이 커져 인체의 피로감을 몰고 온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승합차보다는 차체가 낮은 승용차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국회 의원실이 관용차량으로 승합차와 고급 세단을 각각 1대씩 따로 보유한 곳이 많은 이유입니다.
카니발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바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버스전용차로는 6명 이상 인원이 탑승한 차량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대 5인까지가 탑승정원인 승용차로 버스차로를 이용한다면 누가 봐도 불법이 되는 셈입니다.
반면 카니발은 9~11승이어서 이용이 가능하죠. 답답한 고속도로를 비웃듯 시원하게 달리는 ‘특혜’를 누리기 위해 일부러 카니발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정치인들이 대부분 6명이 넘게 빽빽한 탑승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불법행위’로 간주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설 연휴를 달리는 승합차량이 정치인의 것이라면 ‘버스차로 불법이용’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끝) /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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