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이래도 되나] 물리적 통합에 그친 '한 지붕 두 가족' 부처…정책효율 저하

입력 2017-02-01 19:56  

실패에서 배운다

미래부·국민안전처 등 '시너지 효과' 기대 못미쳐



[ 김주완 기자 ]
원활한 정책 추진을 이유로 통폐합된 부처들의 효율성이 오히려 통폐합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신설된 부처 상당수도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박중훈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역대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성찰’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과 전문가 3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5%가 ‘개편 목적 대비 효과 달성’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5.9%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문제로 “물리적인 개편만 있고 화학적 개편 작업은 뒤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불린 부처들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핵심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를 전담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이전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업무와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의 일부 업무를 이관해 만든 거대 조직이다. 미래부는 벤처 붐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신성장 동력 확보에는 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신설된 국민안전처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전의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일부 업무와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흡수 통합한 부처다. 정부 관계자는 “해경은 바다만 관할하다 보니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으려면 경찰과의 협조가 필수”라며 “경찰이 다른 부처(행자부) 산하 조직이라 업무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부처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례는 드물었다. 1994년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된 국토교통부는 한동안 건설 인맥과 교통 인맥이 뚜렷해 서로 각을 세웠다. 1996년에는 해운항만청 수산청 건설교통부 내무부 등 10개 부처와 3개 청에서 맡던 해양 관련 업무가 해양수산부 신설로 일원화됐다. 하지만 내부 조직 간 갈등과 비협조로 초기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총무처와 내무부를 합쳐 신설한 행정자치부도 오랜 기간 조직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다. 내무부는 보수적인 분위기, 총무처는 자율적인 속성이 상대적으로 강해 내부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마다 정치적인 이유로 단행한 부처 신설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양국가 건설을 목표로 해양수산부를 새로 꾸렸다. 자신을 지지해준 부산 지역을 위한 조직개편이기도 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해수부가 폐지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김대중 정부에서 신설된 여성부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 정부를 상징하는 신설 부처들은 정권 교체 후 바로 없어지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의 체육청소년부와 노무현 정부의 국정홍보처가 대표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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