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삼익가구, 반으로 쪼갠 소파 전시장 입구에…"소재 하나하나 직접 보고 사세요"

입력 2017-02-02 16:12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삼익가구의 변신
40년간 고수한 클래식 가구에 30~40대 겨냥 모던 스타일 더해
디자인 인력 늘려 트렌드 반영

그 뒤엔 부자간 신뢰·존중
이방희 사장 "아들이 변화 주도 2세경영의 핵심은 믿어주는 것"
이재우 상무도 "아버지 연륜 도움”

또다른 40년 준비
인테리어·온열침대사업 진출
대리점은 30개 줄여 소수정예화 “올해도 20억 투자할 것”



[ 김낙훈 기자 ] 내년에 창립 40주년을 맞는 삼익가구(사장 이방희·72)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2세 경영인인 이재우 상무(42)가 주도하고 있다. 클래식가구에 모던가구를 가미하고 거실용 가구 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등 종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가구를 표방하는 이 상무는 의욕적으로 신제품과 신사업을 벌이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인천 남구 도화동 인근에 대학이 있던 자리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자리에 수천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길 건너편에 삼익가구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의 변신도 빠르다.

우선 회사 1층 전시장은 카페형 소파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소파를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종전에는 종합가구 전시장이었다. 특이한 것은 입구에 소파를 반으로 쪼갠 제품이 진열돼 있다는 점이다. 소파를 지탱하는 밴드를 비롯해 스프링 안감 겉감 등 속을 그대로 보여준다.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올해 초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소파는 이 회사가 올해 주력사업의 하나로 선정한 리빙가구의 대표주자다. 삼익가구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우 상무는 “가죽 밴드 스프링 등 주요 자재는 모두 이탈리아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판도 친환경등급인 ‘E0’ 제품을 썼다”고 덧붙였다. 소파 브랜드는 ‘스튜디오삼익’이다. 이 브랜드는 거실장 탁자 등 거실의 모든 가구를 포괄하는 브랜드로 사용될 예정이다. 생활의 중심이 거실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방희 사장은 “현재의 모든 변화는 이 상무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수학과(경영학과 복수전공)를 나온 이 상무는 증권회사에서 파생상품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2년여 전 귀국했다. 중국에선 현지 가구업체의 생산관리를 담당했다.

이 상무는 세 가지 방향에서 삼익가구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첫째, ‘젊은 가구’다. 원래 삼익의 트레이드마크는 클래식 가구다. 꾸준히 전통을 지켜왔고 이를 타사와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영국 왕실 느낌을 살린 장밋빛 가구를 비롯해 중후한 가구가 대세를 이뤘다. 이방희 사장은 50대와 60대의 고정 고객층에 ‘정통클래식가구=삼익가구’라는 인식이 있어 이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 상무는 달랐다. 시대가 바뀌고 있고 30대와 40대 젊은 층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던가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장도 결국 이를 수용했다. 이 사장은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신뢰한다”고 말했다. 소파는 주로 30대와 40대를 겨냥한 것이다.

이 상무는 “소파는 외부 못지않게 내부를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소파 내부를 보여주는 제품을 진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소파를 사는 소비자는 내부에 뭐가 들었는지, 과연 믿을 만한 소재를 썼는지 궁금해하지만 알 길이 없다”며 “내부를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절단면을 그대로 공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파는 주문형으로 제작하게 된다.

이 상무는 “소비자가 가죽과 색상 사이즈 등을 주문하면 공장에서 제작해 2주 안에 배송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화동 본사에 있는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소파를 본 뒤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온라인 가격으로 소파를 구매할 수도 있다. 직판을 통해 가격 거품을 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이 상무는 “현재는 소파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인천 본사 한 곳뿐이지만 5년 내 모두 6곳(수도권 2곳, 지방 4곳)에 직영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둘째, 디자인 강화다. 2년 전 ‘삼익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해 디자인 인력을 10명 이상으로 늘렸다. 여기에 최근 설립한 자회사인 ‘삼익의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인력도 추가했다. 이 상무는 “젊은이들은 가구의 품질과 소재 못지않게 디자인에 신경 쓴다”며 “단순하면서도 품격있는 디자인을 통해 30~40대 젊은 층을 끌어안는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거나 소비자로서 가구를 쓰다가 아예 디자인 쪽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다. 전체 직원 48명(자회사 포함) 중 20% 이상이 디자인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외부 디자이너들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셋째, 과감한 투자다. 이 사장은 “최근 2년 동안 포천 공장과 화성 물류시설 확장 등에 약 50억원을 투자했다”며 “자체 생산시설을 통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물류효율화를 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도 약 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투자를 토대로 황토와 편백 등 천연소재를 바탕으로 한 온열침대시장에도 진출했다. 매출은 늘었으나 대리점은 오히려 줄였다. 이 사장은 “2년 전 150여개이던 대리점을 120여개로 정리했다”며 “소수정예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인테리어 사업에도 나섰다. 이를 위해 본사 안에 자회사인 ‘삼익의 공간’을 출범시켰다. 이 상무는 ‘삼익의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곳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함께 채워가는 빈 곳’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 분야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디자이너를 디자인소장으로 영입했다.

이 사장은 삼익가구 창업자가 아니다. 해방둥이로 충남 홍성 출신인 이 사장은 1980년대 초부터 서울 마포에 있는 거성그룹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거성그룹은 삼익가구를 비롯해 원목 수입업체, 중밀도섬유판(MDF) 제조업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거성산업과 동인보드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삼익가구가 한때 어려움에 처하자 외환위기 이후 대리점 대표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삼익가구 브랜드를 인수한 뒤 삼익TDF로 재창업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제 이 상무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다. 그는 기업인 모임에서 ‘자녀와 대화가 안 된다’는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기업승계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종종 질문받는다.

이 사장의 지론은 단순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2세에 대한 신뢰”라며 “대화할 때는 시대가 바뀐 만큼 아버지도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2세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인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렇게 하면 실패해’라며 2세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결국 대화 단절로 이어지고 기업승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 상무는 “아버지의 연륜과 경험이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결국 상호 이해와 신뢰가 경영수업의 요체인 셈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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