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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그 어떤 수식어 없이 아프리카를 마주하다

입력 2017-02-02 17:24   수정 2017-02-03 06:03

오브 아프리카

월레 소잉카 지음 / 왕은철 옮김 / 삼천리 / 272쪽 / 1만6000원



[ 이미아 기자 ] “‘검은 대륙’에 그렇게도 붙이려고 했던 어둠은 사실, 바라보는 자의 눈에 있는 자의적인 백내장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다.”

1986년 아프리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나이지리아 출신 월레 소잉카가 쓴 《오브 아프리카》는 짧은 분량이지만 한 장 한 장 그냥 넘기기 어렵다. 소잉카는 아프리카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내부의 혼란상을 이 책에 가감 없이 기록했다.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과감히 민낯을 드러낸다. 제목엔 오직 전치사 ‘of’와 그에 딸린 ‘Africa’란 고유명사만 있다. ‘아프리카의~’로 수식받을 명사가 한 단어도 없다. ‘비움’으로 저항한다. 소잉카는 지난해 말 반(反)이민자 정책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미국 영주권을 포기해 그의 강골 기질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저자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미나 비난, 아프리카 근본주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전쟁과 독재, 서양인들의 노예무역 앞잡이로 나선 흑인들 모두 ‘핏기 어린 기록’의 대상이다. 호메로스나 헤로도토스, 셰익스피어는 ‘아프리카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었으면서 제멋대로 상상하고 왜곡한 사람들’이다. 이디 아민과 로버트 무가베 등 아프리카의 악명 높은 독재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아프리카의 종족 분쟁과 종교 분쟁으로 인한 비극도 상세히 묘사한다.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아프리카의 위인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세네갈 초대 대통령인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프랑스령 기아나의 문학가 에메 세제르 등 아프리카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지도자와 사상가들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아프리카 근현대사에 얼마나 어두운지 꼬집는다.

그래도 저자가 내린 결론은 낙관적이다. “아프리카는 결국 21세기 새로운 문명에 지향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토착 종교 ‘오리사’를 소개한다. 오리사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타자를 자연스럽게 포용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에 아직 그런 지혜가 오진 않았지만, 지구 문화의 조정자 역할을 아프리카가 맡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문체는 전반적으로 좀 혼란스럽다. 형식미도 없고, 현란함도 없다. 마치 도마 위의 날생선이 도려지는 광경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정갈한 에세이’를 상상한 독자라면 그냥 내려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프리카 현대사를 살아내고 있는 작가의 현실 인식을 보고 싶다면 이 책과 마주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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